교계/교회

마가복음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위치와 역할

혜암신학연구소, '신약성서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 2023 봄학기 신학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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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혜암신학연구소)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안암동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신약성서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2023 봄학기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발제하는 정혜진 박사(좌)의 모습.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안암동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신약성서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2023 봄학기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혜진 박사(이화여대)가 '역사적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여성의 위치: 마가복음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했으며 오성종 박사(전 칼빈대 교수)와 한상화 교수(아신대)가 논평했다.

정 박사는 발제에서 "예수와 예수 운동을 묘사하고 있는 복음서에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들이 어떤 위치였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여성들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나 그의 사후 이어진 팔레스타인의 예수운동에서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했을까? 아니면 남성 지도력 뒤에서 부차적이거나 주변적인 역할을 했을까? 일견 복음서 본문에서 여성들은 지도자나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정 박사는 이어 "한편 지도적인 역할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여성들이 하나님 나라 운동에 포함되었음은 분명 강조될 필요가 있다"며 "복음서에 나오는 '무리', '그들', '많은 이들' 등의 포괄적 통칭에는 당연히 여성들이 포함된다. 집단적 통칭 안에 포함된 여성들 외에 예수의 치유사역에서 개별적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몬의 장모(막 1:29~34), 혈루증을 앓았던 여인(막 5:25~34), 야이로의 딸(막 5:35~43), 수로보니게 여인(막 7:24~30)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아울러 마가복음의 수난과 부활 이야기에서 비중있게 전개되는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힘주어 강조했다.

정 박사는 "사실 14~16장에 이르는 마가복음의 수난·부활 이야기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성들의 이야기로 끝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마가는 수난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예수의 머리에 기름을 부은 한 여인의 예언자적 행위를 우리에게 전한다(14:3~9). 이 여인의 행위는 예수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는 남성 권력자들과(14:1~2), 그들과 결탁하여 스승을 배신함으로써 그 음모를 실현해 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열둘 중 하나'인 가룟 유다의 이야기(14:10~11) 사이에서 그 빛을 더더욱 발한다"고 했다.

끝으로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통해 볼 때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당시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의 기득권이 강화되거나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는 상관이 없었다"며 "오히려 현실의 남성중심성에 균열을 내면서 보다 온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소외되고 차별받는 있는 이들까지 포용하여 동등한 자들로 맞이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백성의 온전성을 진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 박사의 발제에 이어 논평에 나선 오성종 박사는 "남성중심적 인간관과 가치관은 분명히 배척되어야 하며, 남성중심적 성경해석 역시 거부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거꾸로 여성중심적인 내지는 페미니스트적인 시각 일변도의 성경해석 또한 진리에 접근하는 길에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혈루증을 앓은 여인과 야이로의 딸 이야기에서 완전수로 알려진 12에 지나치게 여성신학적 의미를 부여한 정 박사의 자의적 해석을 우려하는 입장도 나타냈다.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그는 열두 해 동안 병을 앓은 여인의 이야기 그리고 열두살 된 야이로의 딸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이 두 이야기에서 추출한 완전수 12가 예수의 남성 제자로만 이뤄진 12 숫자의 불완전성을 보완해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뒤 이어 논평한 한상화 교수는 "성경이 지향하는 하나님 나라는 공의와 정의와 사랑이 구현되는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다스림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구원과 생명과 치유가 일어났다"며 "한마디로 성경을 통해 신학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여성에 대한 이해는 창조, 타락, 구속의 렌즈를 통해 하나님 나라 안에서 해방되고 회복된 여성 이해"라고 했다.

또 "오늘날 성혁명의 물결 속에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창조주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혼돈과 혼란 속에서 곡해하며 비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때에, 교회는 성경의 바른 여성의 이해를 캐내어 바른 남녀관계를 회복하고 가정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회복하여서 하나님 나라 복음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신 있게 전파할 뿐만 아니라 삶으로 보여 주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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