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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뜻으로 보는 사관'에서 윤 정권의 대일외교 정책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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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함석헌 역사관 특징들의 총괄 개념은 "뜻으로 봄"이다

'함석헌 기념사업회'에서 수년간 노력 끝에,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뜻으로 본 인류역사』의 출판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이 행사는 참으로 의미 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20세기 한국이 낳은 빼어난 종교사상가요 역사철학자인 함석헌 선생이 우리 사회에 진리의 말씀을 펴기 시작한 1930년대(1934) 초창기 말씀과 타계하시기 한해 전(1988)에 KBS 제3방송 연속강좌에서 우리 시대에 남기신 마지막 말씀을 한 권의 책으로 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간행된 『뜻으로 본 인류역사』는 이미 널리 알려진 명저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자매편이라 할 수 있다. 두 책 모두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함 선생이 오산학교 역사 교사로서 10년간 가르치던 시절(1928-1938), 동계성서강습회라는 작은 신앙무리들 앞에서 강연한 것이 「성서조선」 잡지에 각각 22회에 걸쳐서 연재되었고, 이것이 글로 남게 되어 가능한 것이었다. 연속 강연 본래 명칭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세계역사』였는데, '성서적 입장'이라는 표현을 '뜻으로 본'이라고 훗날(1965) 변경한 것이다.

함 선생님의 역사 이해의 특징은 역사해석의 눈(史觀), 현실진단의 문제의식, 해결책을 제시한 견해에 있어서 본질적 차이 없이 초지일관한다는 점이다. 변함없는 핵심적 관점 몇 가지를 열거한다면 진화론적 과학 정신, 종교(영성)의 중요성과 열려진 하느님 신앙, 인생과 역사를 정화시키고 영글게 한다는 고난 이해, 비폭력 평화사상 강조, 국가주의와 제국주의 비판, 민중을 생각하는 서민정신, 그리고 사람이란 개체이면서 전체로서 '하나'라는 생명사상 등이다.

이번 칼럼의 목적은 간행된 책 내용을 소개하기보다 늘 알 듯 모를 듯 다가오는 함석헌 사관의 핵심 어휘 "뜻으로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좀 더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관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외교가 왜 문제가 되는지 그 본질적 문제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역사를 "뜻으로 본다"는 어휘에 깃들어 있는 의미

함석헌은 1965년에 기존의 『성서적 입장에서 본 한국역사』라는 책의 넷째 판을 간행하면서부터 책 이름을 『뜻으로 본 한국 역사』라고 변경하여 출판(한길사)하였다. "넷째 판에 부치는 말"에서 저자는 책 제목을 왜 그렇게 고치게 되었는가를 직접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거기엔 깊은 이유가 있었고, 저자의 역사관이 깊어지고 달라진 면이 있다. 우선 순수한 우리말 "뜻"이라는 낱글자가 함의하는 바를 되새김 해보자. 우리말 국어사전엘 보면 "뜻"이라는 낱개의 말과 글에는 3가지 뉘앙스가 통합된 어휘라는 것을 말해준다.

첫째, '뜻'이라는 어휘는 의지(意志)라는 마음과 정신의 지향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장차 이루려고 속으로 마음을 다져 먹는 의지 지향성이다. 예들면 "그 학생은 비록 어리지만 장차 큰 정치가가 되려는 뜻을 품고 있다."

둘째, '뜻'이라는 어휘는 의미(意味)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사람이 입으로 내뱉은 말이나 글자로 표현된 문장의 속내를 말한다. 예들면 "당신의 말 배배 꼬지 말고 진짜 말하려는 뜻이 무엇이오?" 또는 "김 군, 영어로 표현된 맨 첫 문장의 뜻이 무엇인가 우리말로 번역해 보게!"라는 경우이다.

셋째, '뜻'이라는 어휘는 어떤 행동이나 말이 지닌 가치나 중요성을 나타내는 의의(意義)라는 뉘앙스를 지니는 낱말이다. 예들면 "부모님이 남긴 유훈의 깊은 뜻을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거라!" 혹은 주님 가르치신 기도문 중에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 위에서도 이뤄지이다!"라고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위에서 살핀 대로 순수 우리말 '뜻'이라는 낱말 안에는 의지(意志), 의미(意味), 의의(意義)라는 세 가지 뉘앙스가 품어져 있는데, 그것은 인간이라는 정신적 영물이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맘에 품고 있고, 이뤄가고, 삶 속에서 지향해가는 가치 지향성, 목적 지향성을 지시하는 어휘라는 특징을 지닌다. 함석헌은 앞에서 언급한 "넷째 판에 부치는 말"에서 다음같이 말하고 있다.

의인과 죄인, 문명인과 야만인,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그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가 찾고 있고 그것을 위해 애쓰고 구원받고자 하는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뜻'이다. 경쟁에서 패배해도 뜻만 있으면 되고, 이겼다고 승리에 도취해도 뜻이 없으면 아니된다. '뜻'이야말로 만인의 종교다. 뜻이라면 뜻이고, 하나님이라면 하나님이고, 생명이라 해도 좋고, 역사라 해도 좋고, 그저 '하나'라 해도 좋다. 그 자리에서 우리 역사를 보자는 말이다.(『뜻으로 본 한국 역사』, 넷째 판, 19쪽, 한길사, 1983)

위의 인용문에서 읽는 대로, 함석헌의 사관(史觀)은 파란만장한 역사적 사건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적 사건의 물량적 크기나 외양적 변화에 끼친 영향을 가치판단으로 삼지 않고, 그 역사적 사건이 지닌 의지, 의미, 의의가 무엇인가를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역사적 사건, 인간 양심을 짓밟으며 이룩한 역사적 업적, 인간의 진선미를 추구하는 가치지향성을 비웃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치철학, 고대사회로부터 현대까지 정치가들이 추구하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목표로 하는 국가주의(國家主義)와 패권주의(覇權主義)를 현대판 우상이라고 규정하면서, 온 힘을 다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함석헌의 역사적 사건의 평가 기준 곧 "뜻으로 본다"는 말뜻은 결국 다음 3가지 핵심적 내용을 말한다. 첫째, 어떤 역사적 사건과 행위의 가치는 그 사건과 행위가 인류 역사가 고난을 겪으면서도 추구해온 가치지향성 특히 '공의(公義)와 인애(仁愛)'에 얼마나 충실한 것인가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둘째,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과 행위는 부국강병이나 제국주의 정치이념을 증대시키는 정치가들의 야망에 따라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이 보장되고 그러한 개체 인격들이 주인이 되어서 이루어가는 공동체, 공화국으로서 나라 살림을 얼마나 증진시켰는가로서 판단되어야 한다. 셋째, "역사를 뜻으로 본다"는 사관의 본질은 인류사회의 진화발전을 생물학적 약육강식 법칙을 인류사회와 사회발전에 견강부회하여 수용하는 것에 철저히 반대한다. 생명 가치를 경제적-정치적 능률성이나 효율성보다 앞세우려는 사관인 것이다.

함석헌이 국가주의를 '현대판 우상'이라고 비판한다고 해서 그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면서 끝까지 견지한 3가지 자신의 학문적 자세를 언급한다. '믿자는 의지', '나라에 대한 사랑', 그리고 '과학적이려는 양심'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나라사랑'과 '국가주의'를 구별하는 것이다. '나라'는 인격적 개인들의 집합체요 삶의 뿌리요 바탕이다. 한국민이면 누구나 한민족을 사랑하고 한민족이 이뤄가는 참다운 나라건설에 뒤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변질되고 타락한 '국가주의'는 국가의 '번영과 안보'라는 가치를 내세우면서, 우주보다도 더 귀중한 개인 생명의 존엄성과 특히 사회 약자들의 인간존엄성을 무시하고 '국가발전'을 위해서 희생시켜도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다. 전쟁을 일으키고, 군사무기를 양산 수출하며, 생명이 파괴되어도 국가발전을 위해서 '국민'을 위한다는 추상적 명분을 앞세우고, 구체적 인간 생명 가치를 쉽게 희생시켜도 된다는 가치관을 갖는 것이 통례이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종주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 사회주의적 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 날로 우경화되어가는 일본, 남북한의 현실적 정치경제 사회 모습은 모두 국가주의와 패권주의를 최고 이념으로 절대화하고 있는 우상숭배 문명이다.

윤 정권의 국가경영과 역사관은 "뜻으로 본 역사관"을 거절하는 부국강병 정치학일 뿐

중국 춘추전국시대 삼국지의 드라마에서 보듯이, 고대국가로부터 현대국가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의 정치란 본질적으로 '합법적 폭력'이라고 강변하는 권력을 쥔 정치가들의 '약육강식, 적자생존, 부국강병, 패권정치'의 변화일 뿐이다. 짧게 보면 역사엔 의미도 없고, 뜻도 없고, 역사발전이나 문명의 성숙 같은 것이 없는, 반복이거나 퇴화인 것 같다.

그러나 긴 눈으로 보면, 지구 위 생물 역사도 그렇고 호모사피엔스 인류 역사도 그렇고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다. 고난을 이겨왔고, 성숙과 성장이 있다. 나라의 주권이 왕이나 귀족에게 있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주권재민' 신념, 인종차별이나 사회신분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인간 평등사상, 언론자유와 학문연구의 자유, 의료혜택과 최소한도의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정책의 확장 등은 구체적 사례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랄까, 그의 국가경영 기본입장에 대하여 국민은 두 갈래로 분열되어 있다. 집권 1년이 지나는 요즘 윤 정권의 평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정확히 말하면 양분된 것이 아니라 30% 대 70% 비율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갈라지고 있다. 특히 윤 정권의 대일외교와 대미외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외교부, 그리고 '국민의 힘' 등 여권 정치인들과 극우성향의 일부 종교인들은 윤 정권의 굴욕외교와 친미외교를 찬양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큰 결단을 했다고 자화자찬한다. 일본의 식민지배 야만적 역사를 항상 기억하여 양국이 원수지간으로 지나는 것은 물론 바람직 한 일은 아니기에 언젠가 극복되어야 할 숙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양심적 국민들은 화해도 좋고 협력도 좋고 포괄적 동반자관계에로 발전하고 성숙해가자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과 18-19세기 열강들이 인류사에서 저질렀던 반인륜적이고 반역사적인 식민지배를 정당시하는 커다란 죄과를 고백, 회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한·일 경제안보협력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유대 강화> 등의 명분을 굴욕외교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내놓지만, 그런 것들은 지난 19세기에 지구촌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부국강병과 패권주의의 시대착오적인 망령일 뿐이다. 3.1 독립선언서에 전제된 기본정신이 바로 그러한 식민지배, 약육강식의 부국강병주의, 무력적 패권주의를 새역사는 깨끗이 청산하는 것이며, 이것이 분명하게 선언되고 있다.

"힘이 곧 진리요 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역사를 "뜻으로 볼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없다. 부국강병이 최고가치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만고불변의 법칙이라고 확신한다.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 바르게 인간답게 산다는 일은 아직 인생과 역사 현실을 모르는 관념론자들의 잠꼬대라고 속으로 깔보는 것이다. 정말 그러한가? 만약 윤 대통령의 조부모(祖父母)가, 일제 시 강제 동원되어 혹사당하고 전쟁터에서 개죽음당하고 위안부로 끌려갔다면, '한일외교 정상화'를 그렇게 철학도 없고, 민족 자존심도 없고, 인간으로서 윤리적 양심의 아픔도 없이 커다란 외교적 업적인 양 자만할 수 있을까? 호모사피엔스는 누구든지 "뜻을 지키면 사람이지만 뜻을 쉽게 버리면 짐승으로 전락한다."

※ 본 글은 혜암신학연구소의 정기 칼럼으로 연구소의 허락을 얻어 전문을 게재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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