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박영돈 목사, "할로윈 문화를 비판할 게 아니라..."

3일, SNS 통해 할로윈을 상업화 해 이익 챙기려는 탐욕 세력 비판

sam
(Photo : ⓒSNS 갈무리)
▲29일 밤 이태원 사고 현장

이태원 참사를 두고 기독교계 일각에서 사건의 방아쇠로 서양 할로윈 문화를 지목하고 할로윈의 반기독교 문화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향해 "그 입을 좀 다물고 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려신학대학원 전 교수 박영돈 목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젊은이들이 몰려 서양 귀신 놀이하느라 아수라장을 만들어 그런 죽음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어떤 이들은 애도는 하지만 사람들이 두려워 할로윈의 반기독교 문화적 문제를 비판하는 것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열을 올린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목사는 "정 하고 싶으면 지금은 말고 나중에 하라"며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는 문화를 비판하고 분석하는 것은 단순 무지한 흑백논리로 처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할로윈에 대해 "원래 고대 컬트족의 축제에서 비롯되었지만, 중세 가톨릭에서는 모든 성인 대축일로 자리 잡았다"며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트릭오어트릿(trick-or-treat)'라고 외치면 사탕이나 과자를 준비했다가 주는 즐거운 연중행사다"라고 전했다.

미국 이민 생활을 회고한 그는 "핼러윈에 과자를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주곤 했다. 모든 교인이 그랬을 것이다. 핼러윈은 종교적인 행사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재미 문화에 가깝다"며 "한국에서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원어민 교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그들로 인해 핼러윈 행사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번 이태원에 나온 젊은이들도 이처럼 귀신축제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즐거운 놀이 문화에 온 것이다"라며 "물론 좀 더 질서 있고 성숙한 문화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아쉬음을 전했다.

이어 할로윈 문화 보다 더 심각하게 비판해야 할 문제로 할로윈을 상업화하여 "톡톡히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탐욕"을 겨냥했다. 박 목사는 "이 사회와 교회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핼러윈에 젊은이들이 쓴 탈로 형상화된 잡신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 번영이라는 강력한 신이다"라고 했다.

우리사회가 탐욕의 신에 사로잡힌 형국을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이번 참사 바로 다음 날 이태원 맘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집값 떨어지겠네. 왜 하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스럽다는 내용이었다"며 "돈이라는 맘몬 신에 사로잡히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감력까지 잃어버리는 모양이다"라고 개탄했다.

끝으로 "권력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도 마찬가지다. 공감 능력을 가장 훼손하는 것이 권위의식이라고 한다. 이 나라에 지도자라는 이들 중에 그런 자가 많다"며 "가장 공감력이 있어야 할 종교인들도 단선 논리나 이데올로기로 사고가 경직되어있으면 비정함과 무감각함을 드러낸다. 경건의 언어로 포장된 섣부른 판단은 희생자 가족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지수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