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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8일 개신교, 가톨릭, 불교 인사들을 초청해 ‘종교의 정치세력화로 인한 사회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지수 기자 |
만해 한용운을 기념하는 단체인 ‘만해사상실천선양회’(총재 이지관 조계종 총무원장)는 8일 개신교, 가톨릭, 불교 인사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로 개신교에 대한 공격이 주를 이룬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종교의 정치세력화로 인한 사회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개신교가 정치세력화 되면서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톨릭, 불교 인사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이 생각하는 개신교의 문제점, 무엇인가?
“개신교는 종교 정치세력화의 대표적 사례”
가톨릭 측에서 나온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는 한국의 개신교를 ‘종교 정치세력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그 근거로 ▲1950년대 NCC, ‘기독교선거대책위원회’ 결성해 다양한 선거운동 전개 ▲조찬기도회 ▲뉴라이트운동에 개신교 목사들 대거 참여 등을 꼽았다.
최신 사례로는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운동의 우호적 관계를 꼽으며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현재까지 각종 종교정책에 대해 뉴라이트의 조언을 받았고, 이는 종교편향에 영향을 주었다. 뉴라이트 또한 정부의 주요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처럼 개신교는 한국의 모든 종교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정치세력화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불교 측에서 나온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도 박문수 박사의 발표가 “한국의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탁월한 논문”이라며 동조의 뜻을 밝히고, 개신교는 “최대의 정치세력”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개신교의 정치세력화’ 비판, 실제보다 체감온도 더 높아
문제는, 이들의 비판 강도. 타 종교 사이에서 개신교는 ‘비판의 대상’ 그 이상이 아닌 듯 보였다.
이용중 교수는 현 정권과 보수 개신교단의 관계를 볼 때 “한국이 ‘신정국가’(神政國家)가 아닌가 의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을 ‘하나님의 뜻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는 모세와 같은 선지자’로, 보수 개신교단을 ‘한 손엔 성경 다른 손엔 창을 들고 십자군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용맹스런 하나님의 장군들’로 묘사했다.
비판은 때로 현실과 유리되어 감정적으로 흐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들(현 정부와 보수 개신교단)에게 있어 그들과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제거해야 할 사탄”, “이명박 정부의 종교정책은 기독교 편향 차원이 아닌 특정 종교가 정부에 접수된 상황”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 다른 시각, ‘정치세력화’ 아닌 ‘사회참여’다
개신교 측에서 나온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논의를 지나치게 ‘정치세력화’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사회참여’의 틀 안에서 종교의 정치 참여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또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사회 참여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교분리’ 원칙이 개신교를 제도로서의 기성교회라는 범주에 가두는 데 이용된다면 “종교 자유 이전에 종교의 존립 이유가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종교 ‘차별’과 종교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며 숨표를 찍었다. 예컨대 “원불교 군승(軍僧)의 수적 열세는 교세의 약함에 근원하는 것”이지 종교차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며, “의도적 종교차별은 과감히 척결하되 시행과정에서 현실적 고려는 있을 수밖에 없음은 대다수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종교간 갈등 불씨 미리 꺼야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종교의 정치세력화’의 주체나 수위에 대한 의견은 달리 했지만, 한국 사회가 종교간 갈등이 폭발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졌다는 데는 공감하고, 갈등의 불씨를 미리부터 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수 박사(종교문화연구원 원장)는 “자기중심적, 타자부정적 근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져야 한다”며 ‘타 종교’를 ‘이웃 종교’로 여기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종교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종교교육의 목표는 “인간 개인의 자유를 전제하는 가운데 이웃의 자유와 세계의 풍요를 위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정 종교적 신념으로 세워진 사립학교라도 그것이 공적 재원으로 유지되고 공공의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한 종교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양세진 사무총장은 “각 종교는 삶이 곧 메시지가 되는 종교를 지향하면서 타자를 배려하고 환대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