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억업받는 자의 현실 변혁 의지를 꺾는 제도 기독교

"여러 시대 걸쳐 기독교 신앙 민중의 아편으로 기능"

mercy
(Photo : ⓒPCKBOOK)
▲김회권 교수의 『자비 경제학』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처하며 지배 권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제국의 기독교는 지배 계급에 의해 순치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기독교를 향해 내세를 담보로 피지배계급의 현실 변혁 의지를 말살하는 '민중의 아편'이라고 일갈한 마르크스의 비판은 당연하고도 정당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제도 기독교는 힘 있는 자, 권력의 편에 서서 억압받는 피지배계층을 상대로 한 지배자들의 수탈을 눈감아주며 동조하고 심지어 선동하며 부채질하기까지 했던 흑역사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숭실대 김회권 교수(기독교학과)는 최근 펴낸 신간 『자비 경제학』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오해는 기독교 신앙은 내세를 담보로 현재의 악과 고난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마비시키는 '민중의 아편'이라고 보는 칼 마르크스의 관점"이라며 "마르크스가 본 기독교는 당시 독일과 유럽 중간층 시민들의 사교 동아리로 전락한 제도권 기독교였고 당연히 성경에서 엄청나게 이탈되어 변질된 기독교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기독교회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 칙령 이후 사회 상층부 구성원들에게 친근하고 우호적이며 제국에 순치된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게르하르트 로핑크는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라는 책 결론부에서 313년 이전의 교회만이 야생적이고 순수한 갈릴리발 기독교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 후로 전개된 교회사의 여러 시대에서는 기독교 신앙이 민중의 아편처럼 기능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민중의 아편' 역할을 하는 기독교는 왜곡된 기독교라고 규정한 김 교수는 "신구약 성경은 세계변혁적이고 세계갱신적인 거룩한 영의 쉼 없는 열정을 증언한다"며 "피억압자의 대표인 '가난한 자들'을 해방하고 속량하시려는 하나님의 자비가 안식일, 안식년 그리고 희년사상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안식, 안식년, 희년은 창조주 하나님의 항구적인 관심사다"라고 전했다.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지배 권력과 결탁하며 지배 이념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피억업자의 해방에 있음을 확인해 주는 저서로 평가된다. 약자의 편에 서기 보다 힘 있는 자들 편에 서서 정치 권력과 유착 의혹을 사고 있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안타깝게도 '민중의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한편 억압받는 자의 해방을 노래하는 안식과 안식년 그리고 희년을 경제학적으로 재해석한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의 신간 『자비 경제학』 북콘서트가 희년책읽기 모임 주관으로 오는 20일부터 내달 1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자비 경제학』은 경제적 불평등, 저성장 사회, 공정 가치의 훼손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오늘날 한국사회 앞에서 공평과 정의의 길을 구약성서에서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모세오경, 십계명 등에 등장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무한 경쟁의 경제학'이 아닌 '회복을 위한 하나님 나라 경제학', 즉 '자비 경제학'의 핵심 가치와 원리를 제시했다. 이 밖에 한동안 지구촌을 들썩이게 만든 기본소득 문제를 구약성서에 비추어 판단해 흥미를 더하기도 했다.

이지수 theworld@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