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킹덤 오브 헤븐' 수도승이 외치던 소름돋는 대사

박성철 교회와사회연구소 소장, 8일 SNS에서 의미 곱씹어

heaven
(Photo : ⓒ스틸컷)
▲리틀리 스콧 감독의 작품 ‘킹덤오브해븐'의 한 장면.

박성철 소장(교회와사회연구소)가 상당수 종교인들이 종종 가장 반종교적인 사회적 현상을 종교적인 언어로 정당화하려는 욕구에 굴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서를 믿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란 제목의 글에서 박 소장은 리틀리 스콧 감독의 작품 '킹덤 오브 해븐'의 명장면 중 하나로 십자군 원장을 떠나는 주인공 발리앙(Orlando Bloom)의 무리가 원정 캠프에 도착했을 때 수도승 차림을 한 사람이 십자군 원정을 떠나려는 이들을 향해 외치는 장면을 회상했다.

당시 수도승을 맡은 배역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남긴다. »To kill an infidel, the pope has said, is not murder. It's the path to heaven.«(불신자를 죽이는 것은, 교황께서 말씀하시길, 살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천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에 박 소장은 "사실 이 사람의 외침도 충격적이지만 너무나 해맑고 확신에 찬 얼굴로 외치는 선포자의 모습은 왠만한 공포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욱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든다"며 "전쟁의 비극은 그 어떤 종교적 언어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선포자는 교황의 권위에 기대어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확신에 차서 외친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이어 "권력의 남용과 왜곡된 현실 앞에 침묵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스스로 사유하지 않고 더 큰 권위를 가진 이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의 잘못은 더 큰 비극을 낳는다"며 오늘날 한국교회에서도 중세 시대의 야만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수자들을 향해 축복 기도를 했다고 해서 이동환 목사에게 직무수행 중지를 명령한 감리교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하고 학교 이사회에서도 복직 명령을 내렸지만 학교 차원에서 손원영 교수를 이단으로 매도하며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S대 △무슬림과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비판했다고 해서 이단으로 몰아 김대옥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H대 등의 사태를 들었다.

박 소장은 "같은 교단이나 학교가 아니라 하더라도 진정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는 여긴다면 이런 폐단들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해야 한다"며 "사실 이들이 피해를 보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 신앙적인 것도 신학적인 것도 아니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이 잘못된 방식으로 기득권을 쌓아 올린 이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신앙의 가치보다 자신의 기득권을 더 중시하는 이들이 교계 지도자랍시고 행세하는 현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또한 그들이 작은 종교적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부패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이런 현실을 외면하거나 침묵했고 때로는 동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소장은 "그렇기에 이들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 교단과 학교는 달라도 이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세력들이 반응하는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며 "바로 성서를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성서 구절을 자의적으로 파편화해서 인용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이렇게 성서를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이들은 정작 성서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는 관심이 없다"며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유리한 방식의 성서 이해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한 자의적이고 모순되는 성서 해석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불교의 불상이나 다양한 조형물들을 우상숭배라 규정하고 불교에 대한 모독을 정당화하는 이들은 기독교 역사에서 성상이나 다양한 상징물들로 인해 발생한 교회의 흑역사가 얼마나 모순적인 결과를 낳았는지를 외면한다"며 "이러한 모순들은 성서를 자신의 기득권을 지기기 위해 남용하는 이들이 성서를 믿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현실 속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교권을 쥐고 있는 자들은 신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을 말이다"라며 "더이상 그리스도인들이 이 모순과 잘못 앞에서 가만히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신앙보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들의 잘못된 종교적 행위들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오랫동안 쌓인 폐단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