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초대교회는 부자가 설 자리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혜암신학연구소, 12일 정기발표회 가져...유튜브로 전체 내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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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영남신대 이은혜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박사)가 12일 오후 안암동 동연구소 세미나실에서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정기발표회를 가졌다. 스테프를 포함해 최소 인원만 참석한 이번 발표회는 향후 연구소 전용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회는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와 기독교'란 제목으로 진행됐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주제발표 이상으로 순서를 맡은 발제자 및 논평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회를 맡은 김균진 소장은 토론회에서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은 요소 중 하나로 천박한 자본주의에 근거한 물신주의를 꼽으며 이에 대한 대안 모색을 토론자들에게 요청했다.

앞서 이은혜 교수(영남신대)는 "무소유를 주장하는 스토아 학파의 영향을 받고 있던 초대교회 시절에는 부를 악으로 보는 관점, 즉 이원론적인 시각이 강했기에 때문에 부자들은 천국에 못들어가는 줄 알았다"면서 "때문에 부자들은 교회에서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 현장에서는 거꾸로 "가난한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다"면서 "대조적인 두 모습인데 둘다 어느 한쪽으로 쏠려있기에 건강한 (신앙의)모습은 아니"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천박한 자본주의 문화에 잠식되어 있는 오늘날 교회의 현실 속에서 초대교회의 "무소유" "청빈"의 영성을 되살리는 것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무소유" "청빈"을 평신도들이 문자 그대로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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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서울신대 전 총장 강근환 박사(좌)와 숭실대 전 기독대학원장 김영한 박사(우)

강근환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는 "모두가 성프란시스처럼 살겠다고 한다면 탁발상은 굶주려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누군가는 탁발승에게도 먹을 것을 내줘야 할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강 박사는 "칼빈은 부 자체를 악마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땀흘려 노동을 하는 것을 신성한 것처럼 여겼다. 근검 절약하면서 부지런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그것을 또 잘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올바른 자세"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 중에서 인세 등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정작 세상을 떠날 때 한푼도 남기지 않고 간 사람이 있다. 돈을 모으는 방법 이상으로 돈 쓰는 법을 알았던 것"라며 "그리스도인들이 돈을 벌 생각만 하지 말고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 자체를 악마화 해서는 안된다는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김균진 소장은 부의 막강한 힘이 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물신주의에 빠져 십일조를 비롯해 각종 헌금 봉투가 난립하는 교회 현장을 예로 들었다. 이에 토론자들은 교회 목적에 따라 헌금을 규정하지 말고 일원화 하는 방안을 채택할 것을 당부했다.

또 사유재산에 대한 집착이 초대교회 전통과 맞지 않다면서 재산에 대한 공공성 의식을 가져야 그리스도교가 천박한 자본주의 문화가 범람하는 시대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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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혜암신학연구소 김균진 소장(좌)과 이은혜 교수(영남신대, 우)

그러면서 김 소장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가 체제라는 틀 속에서 하나님 없이 이것을 실현해 보려고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면서도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체제 안에서는 가능한 실험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도교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자 김영한 박사(숭실대 전 기독대학원장)는 정의로운 분배라는 허울 속에서 기득권자들의 자기 배를 채우려 했던 마르크스의 자기 모순으로 점철된 사회주의는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즉 막시즘 자체에서 배울 것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날 토론자들은 한국교회에 팽배한 물신주의에 대한 반성을 기초로 그리스도인들이 부를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 나아가 부에 대한 정의로운 재분배 문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김영한 박사는 "성경적 기독교는 세계관적으로 유물론이나 관념론, 어느 일방적인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다. 인간 존재에 물질(몸)과 정신(영혼)은 둘 다 중요하다"며 "정신은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신체와는 다른 고유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사후에도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고 했다.

그는 "돈 그 자체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중립적이다. 하지만 돈을 사랑 하는 것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죄"라며 "돈을 사랑하여 소명보다 소유에 집착하는 순간 탐욕에 사로잡히게 된다. 탐욕을 버리는 길은 자신의 가진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것으로 감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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