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시골교회 목사의 환경 경고, 결국 사실로

7년에 걸친 문제제기, 그러나 현재 터전 떠나야 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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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참된교회 바로 건너편엔 M사가 운영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공장이 조업에 들어가면 마을엔 고추가루 냄새로 가득하다.

수년에 걸쳐 공장의 유해성을 경고해온 한 시골교회 목사의 문제제기가 최근 사실로 확인됐다.

충남 서산시 웅소성리에 위치한 참된교회는 신도 20여 명 규모의 전형적인 시골교회다. 담임목사인 김경호 목사는 2008년 1월부터 목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2013년 6월 교회 바로 건너편에 ㄱ기업 콘크리트 제조 공장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공장에서 나오는 굉음, 그리고 공장에서 날아오는 분진으로 김 목사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공장이 들어선 이후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기 시작했다"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다.

김 목사는 공장 부지 조성과정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ㄱ기업 공장 부지는 인근 태성산 정상을 깎아 조성된 것이다.

김 목사는 "이곳은 토성과 마한 54부족 관련 유적이 산재해 있으며, 2010년 정밀발굴 조사를 통해 원삼국시대 유물 58기가 출토됐었다. 국토계획 및 이용법 58조는 '역사적, 문화적, 행토적 가치 등에 따른 원형보존 필요가 있을 시' 보존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때부터 김 목사는 관련 자료를 모아 관할 서산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청부 폭력으로 의심되는 피습도 당했다.

하지만 서산시는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서산시는 3월 25일자 공문에서 "인근 공장 설립 중 매장문화제 조사와 관련, 서산시의 위법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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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서산 참된교회 인근에 있는 ㄱ기업 콘크리트 제조 공장. 김경호 목사는 이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의 유해성을 지적해왔고, 최근 김 목사의 문제제기는 사실로 확인됐다.

또 공장 분진 민원과 관련해선 줄곧 미뤄오다 2020년 6월 25일부터 7월 24일까지 30일간 간이측정기를 이용해 미세먼지 측정을 실시했다. 측정결과 초미세먼지(PM2.5)는 하루평균 농도 3~20㎍/㎥으로 충남도 환경측정 기준 40㎍/㎥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김 목사는 재측정을 촉구했다. ㄱ기업 공장은 3월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생산성이 낮아졌고, 이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다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었다.

이에 서산시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30일 단위로 기간을 정한 뒤 5회에 걸쳐 측정을 실시했다. 이 결과 매번 측정 때마다 충남도 환경측정 기준 40㎍/㎥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 김 목사의 문제제기가 사실에 부합하는 것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김 목사는 오랜 문제제기 탓인지 지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 목사는 더 이상 지금의 자리에서 목회할 수 없다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사업자의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얼마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업자와 관할 서산시가 행정상 잘못을 인정하고, 참된교회를 포함해 인근 주민들이 새 보금자리로 이주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제공했으면 한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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