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독교 복음 이해에 있어서 신화가 갖는 유용성이란?

홍종락 작가, C.S루이스의 신화에 대한 입장 분석

hong
(Photo : ⓒ홍성사)
▲C.S루이스의 『우리가 얼굴을 찾을때까지』

기독교 변증가로 잘 알려진 C.S루이스의 주요 작품을 번역한 홍종락 작가가 최근 기윤실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루이스가 프시케와 큐피드 신화를 자기식으로 고쳐 쓴 작품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를 살펴보면서 루이스의 신화에 대한 입장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루이스는 신화를 단순한 역사나 악마적 몽상 혹은 성직자들의 사기 따위로 생각하지 않았다. 신화에도 수준이 있다면 루이스에게 최고의 신화는 "비록 미광이지만 어떤 참된 신적 진리의 과언이 인간의 상상력에 떨어진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신화를 실재와 맞닿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여기는데 홍 작가는 "순수 수학은 성공한 사유의 전형이다. 하지만 우리가 체험하는 실재들은 모두 구체적인 고통, 쾌락, 개, 사람이다"라며 "우리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고통을 참고 그 쾌락을 즐기는 동안에는 쾌락, 고통, 인간성을 지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적 파악 작업을 시작하면 구체적인 실재들은 사례나 실례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홍 작가에 의하면 실재를 개념으로 파악할 때 나타나는 이러한 비극적 딜레마를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루이스는 신화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위대한 신화를 즐기는 가운데 추상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체험하는 상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다"는 입장이다.

홍 작가는 "루이스는 프시케 이야기도 그런 위대한 신화의 하나라고 본 것 같다. 앞에서 루이스가 프시케 이야기의 작가 "아풀레이우스의 이면을 파고든다"라든가 "아풀레이우스는 이 이야기의 창작자가 아니라 전달자"라고 한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라며 "그는 이 이야기가 "구체적인 상황에 매이지 않는" 보편적인 어떤 실재를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가리고) 있으며,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비틀어 바로 그 실재를 밝히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라고 했다.

또 루이스는 기독교의 핵심을 신화라고 보는데 『피고석의 하나님』에서 그는 "죽는 신을 다룬 옛 신화가 여전히 신화인 채로 전설과 상상의 하늘에서 역사의 땅으로 내려온다. 그 일은 구체적인 시간, 구체적인 장소에서 벌어지고, 정의할 수 있는 역사적 결과들이 그 뒤를 따른다. 언제 어디서 죽는지 아무도 모르는 발데르나 오시리스 같은 신을 지나 (모두 순서에 따라) 본디오 빌라도 치하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역사적 인물에게 이릅니다. 그것은 사실이 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신화로 존재한다...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역사적 사실에 동의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가 모든 신화에 부여하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미 사실이 되어버린) 그 신화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홍 작가는 이에 "적어도 루이스에게 있어서 신화를 받아들이고 그 매력에 빠지는 경험은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준비 과정이 되어주었다"며 "어릴 때부터 기독교의 복음을 정답으로 '주입받은' 사람의 경우에도 이전의 모든 신화를 완성하고 "이전의 모든 신화적 종교들을 온전히 구현하는" 신화로서의 기독교를 볼 수 있다면, 그가 받아들인 기독교를 더욱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고, 그가 그것의 매력을 알아보지도 못한 채 거부할 여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사실, 율법이나 신화만이 아니라 그 외의 많은 면에서도, 모든 세대, 모든 개인은 진리를 새롭게 재발견해야 한다"며 "선대에 밝혀지고 드러난 '정답'을 후대가 그대로 물려받으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역사가 되풀이되고 오류가 반복되고 깨달음과 재발견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목에서 루이스가 남긴 아래의 글을 인용했다.

"산다는 건, 너무나 오래되고 단순해서 말로 풀어놓으면 시시하고 뻔한 소리처럼 들리는 진리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지 싶네.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지.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진리들은 실제로 가르칠 수가 없고 각 세대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거라네."(『당신의 벗, 루이스』, 84-85쪽)

이지수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