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인슈타인의 종교성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albert
(Photo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아인슈타인의 종교성

지난 글에서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모두가 하나이며 우리는 그것의 일부임을 아는 것이 종교의 핵심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소개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론 E= mc 2 로 알려진 위대한 물리학자이지만 동시에 깊은 종교심을 가지고 있었던 분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그가 종교에 대해 한 말을 한 가지 더 올립니다.

아인슈타인이 자기가 종교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여기에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문을 함께 올립니다. 번역은 역시 한국말 답게 의역해 보았습니다.

====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경험은 신비스러운 것을 감지(sense)하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의 심각한 노력에서와 마찬가지로 종교의 심층에 깔린 기본 원리이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보기, 죽은 사람이 아니라면 적어도 눈이 먼 사람이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우리들의 지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무엇, 그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간접적으로만, 그리고 여린 그림자로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종교성(religiousness)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종교적이다. 나에게는 이런 신비스러움을 경이로워 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지닌 고귀한 구조의 이미지 정도를 내 지성을 가지고 파악해보려고 겸허하게 노력하는 것, 이것이면 족하다.

The most beautiful and deepest experience a man can have is the sense of the mysterious. It is the underlying principle of religion as well as all serious endeavor in art and science. He who never had this experience seems to me, if not dead, then at least blind. To sense that behind anything that can be experienced there is a something that our mind cannot grasp and whose beauty and sublimity reaches us only indirectly and as a feeble reflection, this is religiousness.

In this sense I am religious. To me it suffices to wonder at these secrets and to attempt humbly to grasp with my mind a mere image of the lofty structure of all that there is.

====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1930년 대에 쓴 것입니다. 현재 종교 없는 종교를 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의 "종교 아닌 종교"와 같은 것입니다. 제가 몇주 전에 올린 Aweism이나 Ahaism 같은 것이지요. 아인슈타인은 "나는 자기가 창조한 대상을 상주거나 벌주는 그런 신을 상상할 수 없다(I cannot imagine a God who rewards and punishes the objects of his creation)"고 하면서 상벌에 기초한 전통적 유신론적 신관, 그런 신관을 받들고 있는 전통적 종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지요.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Religion, No; Spirituality, Yes! 할 때의 spirituality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그의 종교라는 것입니다. 심층적 종교! 곰곰이 생각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