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코로나19·집중호우, 그리고 그리스도교 생태 윤리

전세계적 전염병·이상기후가 그리스도인에 던지는 함의

asan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충남 천안·아산이 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집중호우로 침수된 아산시 21번 국도

비가 48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냥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아니라 퍼붓는 비다. 피해도 속출하는 중이다.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제천시·음성군, 충남 천안·아산시 등 7개 지자체는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호남 지역의 경우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 등 주변 지자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아산에선 지난 4일 내린 집중호우로 주민 두 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가용인력을 집중하다시피 하면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색작전 개시 8일째인 10일까지 구조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에 비 피해까지 더해지니 이에 따른 우울과 무기력감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가 이런 모습일까?

사실 이상징후는 이전부터 있었다. 2018년 여름 무더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2018년 8월 서울 최고기온은 39.6도였다. 11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2019년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7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며 피해를 입혔다.

이상기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 남부, 일본 큐슈 역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2월 남극 대륙이 섭씨 18.3도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최고 기록이었던 17.5도를 1도 가까이 넘어선 기온이었다. 또 영국과 서유럽에 태풍 시애라가 불어닥쳤다.

코로나19와 전지구적 이상기후까지 2020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역사에서 대규모 재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인간은 그저 한없이 무기력할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각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여행과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자연이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는 인간이 지구를 많이 힘들게 했음을 깨닫게 했다.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게 기상학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종교다. 하지만 이 같은 교리가 무색하게 그간 기성 종교, 교단은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설파하기 보다 자본주의의 무한 자가발전을 칭송하기 일쑤였다.

시선을 달리해서, 지구촌을 덮친 이상기후는 이 같은 길에서 발걸음을 되돌리라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 이 때는 다시금 성서가 알려주는 생명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고, 무분별한 이윤 논리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일지 모른다.

지금은 절망의 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자.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좋은 세상'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꿔야 할 청지기라는 점을 말이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