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사찰에서 설교한 게 이단? 그리스도교는 평화의 종교”

인터뷰] 복직 미뤄지고 있는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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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훼불 사건에 사과하고 모금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파면됐었던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 손 교수는 복직이 결정됐지만 강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2월 보수 개신교 교단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교단 계열의 서울기독대학교(총장 이강평)는 이 학교 신학대학원 손원영 교수를 파면한 일이 벌어졌다. 손 교수가 2016년 1월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개신교 성도가 저지른 훼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했다는 게 파면 이유였다.

손 교수는 이때부터 파면의 부당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종교시민사회단체도 손 교수 구명운동에 동참했다.

사법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손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제1 민사부는 2018년 8월 "사립학교법에 의해 보장되는 교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러자 학교 측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이어 올해 4월 1일, 서울기독대 이사회(신조광 이사장)은 손 교수의 복직을 승인했다. 손 교수는 이 순간을 "만우절 거짓말 같은 복직 소식"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손 교수는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21일, 자택 인근에서 손 교수와 만나 그간의 심경과 강단 복귀가 늦어지는 속사정을 들어봤다. 손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아래 정리한다.

-. 복직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웠다. 그러나 아직 복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인가?

올해 4월 1일 이사회가 열렸다. 총 12명 중 8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이때 찬성 5명, 반대 3명으로 2020년 4월부터 2027년 2월까지 7년 임기의 신학과 부교수 임용이 결정됐다.

하지만 교원 인사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총장 쪽에서 이사회 결정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따라서 이사회가 다시 열려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8명의 이사 중 2명이 4월로 임기가 만료되어 이사회 소집 성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기독대 박아무개 교무처장은 "재임용 과정에서 손 교수가 학교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의가 제기돼 이사회에 올렸다"고 전해왔다.

-. 법원이 징계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사회도 의사결정을 했다. 이행이 되지 않으면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인가?

그렇다. 지금은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복직이 미뤄지면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 학교를 가보니, 교목실이 손 교수 복직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보수 개신교 단체도 복직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당사자로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아무래도 총장 등 학교 지도부가 교단의 모토인 '환원운동(Restoration Movement)'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원 교단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개신교 교단이 장로파, 감리파 등으로 갈라지자 교회가 하나가 되자,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했던 교단이다. '환원'이란 바로 이렇게 '돌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개신교에 문제가 많으니 초심을 회복하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란 말이다.

따라서 이 교단 안에선 보수, 중도, 진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공존한다. 하지만 한국에 오더니 보수적인 색깔만 부각됐다.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중도도 끌어안아야 환원이 됨에도 보수로만 회귀하자고 한다. 학교 리더십이 교단 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현 시국에 대해 질문 드리고자 한다. 코로나19는 예배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이웃종단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앞서 예수의 생각과 가르침을 따라가자는 게 환원운동의 핵심이라고 했다. 예수의 삶은 사랑의 실천과 평화지향이다. 이 점을 감안해 보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은 사회 안녕과 평화를 위해 앞장서야 하고 불의와 싸워야 한다. 이웃종교에 대해선 사회안녕과 평화를 위해 관용해야 한다.

 -. 개신교계 일각에선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종교집회 자제를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공동번역 성서 마가복음 2:27)라고 말씀하셨다. 코로나19로 사람이 숨지고 사회가 어려워하는데, 교회가 공동체에 걱정을 끼치는 건 아닌가 자문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많은 교회가 종교집회를 자제했다.

종교평화는 하느님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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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서울기독대 교목실과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는 손원영 교수의 복직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학교에 내걸었다.

-. 다시 복직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일각에선 '이단', 혹은 '종교다원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재임용을 거부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내가 이단이라는 거다. 지난 해 12월 한 사찰에서 성탄절에 맞춰 축하법회를 열었는데 설교를 부탁했다. 난 목사이기도 한데, 설교를 부탁받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나?

그곳에서 나름 정성껏 불교의 언어로 예수의 복음을 전하려 했다. 그런데 이걸 이단이라고 한다. 성서에서 사도 바울은 로마 신전에서 복음을 전했고, 예수도 예루살렘의 유대교 성전에서 하느님 나라 복음을 전했다. 이단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은 그리스도교를 좁은 울타리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일반 신자들은 그렇다 치지만 진리를 추구한다는 대학에서 이단 운운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 스스로 다원주의자라고 한 적도 없고, 종교다원주의를 공부한 적도 없다. 그보다 난 종교 평화주의자다. 한국 사회는 종교적 갈등이 심심찮게 불거진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원수를 사랑하라 했는데 불교는 왜 사랑하지 못하나? 이런 맥락에서 종교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종교평화운동도 하나님 나라와 결이 같다고 생각한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속히 복직해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자 한다. 또 지금 개신교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미력하게나마 제대로 된 운동을 하기 원한다. 진정한 의미의 환원운동을 하고 싶다.

아무래도 종교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하느님께 부름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일에 앞장설 것이다. 또 교회에 희망을 잃고 떠나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많은데 이들에게 새로운 그리스도교의 모습을 제시해주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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