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과 만남"(누가 1:39-45)

심광섭 전 감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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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심광섭 전 감신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덴(Rogier van der Weyden,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1440-1445.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성경에서 요셉과 그 형제들의 만남에서보다 부담 없고 순수하며, 자연스럽고 기쁨 넘치는 만남이며,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 깊지만 비극적이라면 이들의 자매애(姉妹愛)는 애틋하며 자애롭다고 할 것이다. 성경을 통틀어 이보다 더 희열(喜悅) 넘치는 만남이 없어 보인다. 그 기쁨의 한 가운데에는 두 사람에게 모두 의외(성령의 역사)로 생긴 인류의 선한 희망이 될 생명 잉태의 아름다운 사건이 있다.

마리아만이 아이라 사촌 엘리사벳의 남편 사가랴도 선포에 같이 참여하는 자로 끌어들인다. 엘라사벳은 사가랴와 그리고 마리아에게 주님의 천사 가브리엘에 의해 인도된다. 엘리사벳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잉태하게 되었으며 그의 이름은 요한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세례 요한의 출생이 예고된다. 처음에 사가랴는 이 예언을 믿지 않았다. 이 사건은 마리아가 잉태되기 약 6개월 전에 일어났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났을 때 엘리사벳이 잉태할 수 있는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전에 잉태되었음을 알렸다. 이러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후에 "마리아가 일어나, 서둘러 유대 산골에 있는 한 동네로 가서,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눅 1:39-40)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늘 새롭게 떠나야 거듭나는
삶의 여정에서, 주님
저희는 오늘도 성모님과 함께
길을 가게 해 주십시오.

엘리사벳에게 기쁨으로 달려가던
성모님처럼 저희도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설레는 마음과 걸음으로
사랑을 기다리는 이웃과 함께
뛰어가게 해 주십시오.

늘 새롭게 손님을 맞이하며
성숙해 가는 삶의 여정에서, 주님
저희도 엘리사벳처럼
환호하는 음성과 반가움으로
만나는 이들에게마다
진심 어린 사랑의 인사를
건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성령의 사랑 안에
이루어진 인연들을 놀라워하고
고마운 선물로 받아 안을 수 있는
은총의 나날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해인, 「길 위에서의 기도」(앞 부분)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었을 때에, 아이가 그의 뱃속에서 뛰놀았다.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충만해서, 큰 소리로 외쳐 말하였다(exclaimed with a loud cry).

"그대는 여자들 가운데서 복을 받았고,
그대의 태중의 아이도 복을 받았습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내게 오시다니,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그대의 인사말이
내 귀에 들어왔을 때에,
내 태중의 아이가 기뻐서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은 여자는 행복합니다." (눅 1:43-45)

마리아도 이에 화답하여 말하였다. 그 유명한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 1:46-56)이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좋아함은,
그가 이 여종의 비천함(lowness)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
힘센 분이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의 자비하심은,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그는 자비를 기억하셔서,
자기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는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토록 있을 것입니다." (눅 1:46-55)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함께 석 달쯤 있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믿음의 복된 여인
마리아와 엘리사벳처럼
저희도 더욱
믿음을 키워 가겠습니다.
사랑의 약속을 새롭게 하고
사랑의 실천을 새롭게 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되겠습니다.

오늘은 성모님과 함께
가장 겸허한 마음으로
영혼의 찬가를 부르게 해 주십시오.

의심의 안개를 걷어내고
확신에 찬 믿음으로
두려움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신뢰에 찬 희망으로
주님을 찬미하게 해 주십시오.
무딘 마음 없애고
설레임 가득한 희망으로
모진 마음 없애고
자비심 가득한 넉넉함으로
주님을 찬미하게 해 주십시오.

마니피캇Maginificat을 부르는 동안
저희 가슴속엔
초록빛 별들이 쏟아집니다.
천사의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성모님은 부드러운 손길로
저희 곁에서 촛불을 밝혀 주십니다.

늘 새롭게 떠나야 거듭나는
삶의 여정에서, 주님
저희는 오늘도 성모님과 함께
길을 가게 해 주십시오.
미루지 않고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
-이해인, 「길 위에서의 기도」(뒷 부분)

네널란드 출신의 화가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덴(Rogier van der Weyden, 1399-1464)이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겼다. 그는 두 여인의 만남을 집 앞 뜰로 옮겨 놓았다. 이 만남이 사가랴의 집 안이 아니라 집 밖에서 일어난 것이다. 집 주인 사가랴의 모습은 배경으로 저 멀리 아스라이 문 앞에 작게 그려져 있다. 집의 문은 열려 있다. 그는 잠시 벙어리가 되었음으로 사건의 배경으로 퇴각한 것이리라. 화가는 사가랴의 집을 아주 웅장하게 창틀을 갖춘 고딕양식으로 그렸다. 그 외관은 천연 교회 같다. 배경에 연못이 있는데 그 위에 백조가 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감미로운 몸짓으로 서로가 서로를 환대한다. 그들의 양손은 각자 상대방의 배를 쓰담쓰담 어루만지고 있다. 둘은 임신한 상태이며 그 사실을 즐거워하고 있다. 그림에서 그 밖의 것들은 차이가 난다. 처녀 마리아는 머리를 공개한 반면 엘리사벳은 흰 덮개모자를 쓰고 있고, 마리아가 청색 외투를 입고 있는데 엘리사벳은 붉은 색 외투를 입고 있다. 얼굴의 생김새는 여러모로 엘리사벳이 마리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두 인물이 화면 전경에 크게 그려져 있어 두 사람의 즐거운 만남은 청색과 붉은 색의 듀엣으로 색깔이 입혀졌다.

이 그림은 화가 로히르의 활동 중반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은 그의 작품의 전성기에 속하며 화가는 계속해서 예수님의 생애에 관한 그림을 그렸으며 그 시리즈의 한 국면을 장식한다. 예수님의 탄생, 경배, 성전 방문, 세례, 수난, 십자가에 못 박힘, 십자가에서 내려짐, 무덤에 묻힘, 부활. 그리고 최후의 심판을 통해 예수님의 생애가 영원히 고양(高揚)된다.

※ 이 글은 심광섭 목사(전 감신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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