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전광훈 목사 정치행보, 이쯤되면 ‘신드롬’이다

철지난 이념설교에도 지지자 열광....그리스도교 공동체 고민거리 던져

jeon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8일 국가원로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 대회'를 주도한 데 이어 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그리고 8일 '문재인 하야 국가원로 회의', 9일 2차 국민대회까지. 전 목사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있었던 국가원로회의에서의 일이다. 전 목사는 행사 시작 훨씬 이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었다. 원로회의 참가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 목사에게 다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 목사의 표정도 한껏 상기돼 있었다.

전 목사는 공식 석상에서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욕'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지면에 쓰기엔 부적절해 전 목사의 말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겠다. 다만, 가장 인상적인 발언 하나에 주목하고자 한다.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 두개 잘못하는 게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문재인은 간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침 원로회의 현장엔 그가 원장으로 있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성도가 안내봉사를 맡고 있었다. 이 중 한 성도는 "우리가 뇌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목사님 설교한다고 무조건 따라가지 않는다. 다만 공산주의가 너무 싫다"고 했다.

전 목사와 이 성도의 말은 무척 충격적이다. 그간 전 목사의 설교는 정치선동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국민대회를 진행하면서 돈을 '밝힌' 모습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앞서 든 두 발언은 전 목사와 신도들이 보이닌 행동들이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 전 목사가 최근 며칠간 보인 행보를 보면, 전 목사는 집회 현장에서 거둬들인 돈으로 제 잇속 챙기기 보다 그 돈으로 현실정치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전 목사의 행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전 목사가 얼마만큼 세 확장에 성공할지, 그의 숙원인 국회입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부로 규정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전 목사는 원로회의에서 "주사파 50만 명한테 우리 국민 4950만 명이 코두레를 잡힌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목사의 발언이 철지난 반공 이념의 소산이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 없다. 그러나 전 목사와 그를 따르는 신도들은 이토록 철지난 이념을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고 디트리히 본회퍼의 저항 신학과 연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고민이 절실해 보인다. 전 목사 현상에 관한 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책임이 실로 무겁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