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본질에서 변질로 다시 변질에서 본질로"

정승환 목사의 책 이야기(3)- 회심의 변질(알렌 크라이더, 대장간)

본질에서 변질로

essense
(Photo : ⓒ대장간)
▲회심의 변질(알렌 크라이더, 대장간)

언젠가부터 교회 앞에 '참된', '진정한'과 같은 말을 붙여서 다른 교회와의 차이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교회다움을 잃어버린 것 같은 교회가 많아졌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교회는 그들과 다르게 교회다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교회 안에서도 일반적인 그리스도인을 넘어 '참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다 같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표현들은 교회 안에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있는가 하면, 그리스도인 같지 않은 이들도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교회면 교회고, 그리스도인이면 그리스도이지, 왜 그 단어 앞에 '참된', '진정한' 이라는 등의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알렌 크라이더는 '회심의 변질'에서 '회심'이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초대교회에서 회심이란 총체적 변화였다. 하나님 경험으로 인해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신념, 행동, 소속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준 복음적 삶에 매력을 느끼고, 자신들도 그러한 삶에 참여하기 위해 위의 변화의 과정에 참여했다. 교회도 위의 영역에서 변화의 흔적이 분명해지기까지 그 사람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쉽게 인정해주지 않았다. 당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구지 '진정한'이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없었다. 그리스도인이면 당연히 진정한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기독교의 위치가 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는 종교에서 제국의 종교로 바뀌고 나서부터였다. 이때부터 교회 복음적 삶에 대한 매력 때문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에 자신의 삶에 어떠한 유익을 얻기 위해, 혹은 어떠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복음적 삶에 대한 갈망보다는 교회 출석으로 인해 제국으로부터 유익을 얻거나, 손해를 보지 않기를 갈망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삶의 총체적 변화에 대한 요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교회도 밀려드는 사람들을 충분히 교육하기가 쉽지 않았고, 점점 교회의 문턱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리스도인이라 칭하게 되었지만, 그리스도인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결국 본질의 변질이 개인과 교회의 변질에 영향을 끼쳤다.

회심의 여정을 추구하고 있는가?

과거 한국교회는 '성장'이라는 가치를 과도하게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성장을 이야기함에 있어 교회다움에 기반 하여 얻게 된 성장인지, 교회다움을 잃어버린 대가로 얻게 된 성장인지 우리는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온전한 회심 위에 선 성장인지, 온전한 회심에 대한 관심을 상실한 채 이루어진 성장인지에 대한 성찰이다.

과거에 대한 성찰로 인해 본질에 의한 성장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책에서 그리는 초대교회의 성장이 그러했다. 반면에 변질에 의한 성장이라면 본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 됨의 본질인 회심에 대한 무관심이나 배제를 내려놓고, 참된 회심을 통해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인 됨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회심을 추구해왔는가?' '앞으로 어떻게 회심을 추구해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성실한 응답이 필요하다.

책은 참된 회심으로 이끄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회심은 총체적 삶의 변화이다. 교회는 총체적 삶의 변화를 위한 여정을 지원하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공동체여야 한다.

먼저는 신념의 변화를 위한 가르침이다. 예수님에 대한 정직한 가르침은 우리의 삶에 하나님과 어긋난 부분을 드러나게 해준다. 사람들은 온전한 가르침을 통해 신념이 변화되고,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과 어긋난 부분을 깨닫는다.

다음은 행동의 변화에 대한 요구이다. 그동안의 하나님과 어긋난 삶은 인간의 깊은 부정적 갈망, 충동, 중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교회는 이를 위해 축사 등의 영적인 돌봄을 행했다. 이를 통해 삶의 구체적 행동들의 변화를 요구하였고, 변화가 증명된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의 배움은 지식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아야 했다. 배움이 새로운 삶의 형성으로 이어졌음을 증명해야 했다. 신념에 따른 삶의 변화가 필요했다. 당시 교회의 목표는 삶으로 구현된 신앙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소속의 변화다. 신념과 행동의 변화는 새로운 공동체, 교회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며, 하나님과 어긋나 있던 제국의 삶과 문화에 대한 저항자로 살아가려는 공동체였다.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받고, 이 공동체에 속하여 새로운 삶과 문화를 실천해갔다.

그들은 총체적 회심을 추구했다. 개인적인 신념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고, 개인적 차원의 변화는 사회적 차원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것이 삶의 총체적 회심이다. 이는 교회다움에 대한 추구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신실한 현존을 이루어 갈 수 있었다.

변질에서 본질로

본질에 대한 분투가 사라지면, 변질이 다가온다. 변질된 것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질에 대한 탐구와 분투가 필요하다. 결국 신앙생활이란, 본질을 추구하기 위한 싸움이다. 하나님의 은총은 우리를 본질로의 여정으로 초대한다.

초대교회와 오늘 우리의 삶의 현실은 다르다. 그들이 거절하였던 개인의 행동과 사회적 구조적 모순은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것과 다르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본질을 추구하는 자는 이를 분별하고, 저항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신비한 은총을 경험한다.

결국 변질을 이기는 길은 하나다. 본질,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추구, 이를 위한 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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