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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뒤끝] 근조 한국언론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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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YTN )
▲6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5일 출근길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8월 9일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온 나라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갑론을박 중이다.

일단 여야가 6일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고, 조 후보자도 5일 "국민 여러분께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말씀드리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조 후보자 주변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의 분수령은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여론의 화살은 예기치 않게 '언론'으로 향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던 3일,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은 기자들의 수준을 질타하는 탄식으로 넘쳐났다.

포털 '다음'엔 '한국기자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 등의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직 기자들마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현장 기자들을 질타하는 글들을 올렸다. 눈에 띠는 게시글을 아래 인용한다.

"국회 출입기자가 1명뿐인 소규모 언론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사 검증팀까지 대규모로 꾸렸던 대형 언론사들의 1진 또는 데스크급들이 기자 회견장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후배 어린 기자들에게 질문을 다 맡겨버린 행태. 비겁하다. 본인들은 영감이고 후배들은 몸빵 비서들이란 말인가?" - 최경영 KBS 기자

"그동안 쏟아낸 의혹 기사의 양에 비하면 뭐하는 짓거리인가 싶다. 최소한 각 언론사 중진급이 나오던가 아니면 출입처 불문하고 그동안 의혹제기 기사를 써왔던 법조나 사회부 교육부 출입기자들을 보냈어야 한다. 그런데 상황 파악도 안 된 젊은 애들한테 다 떠넘기고 뒤로 쏙 빠졌다. 물론 책임 있는 기자들이 나왔다 해도 처음부터 제대로 된 취재를 한 게 없으니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정말 한심해서 못 봐주겠다. 정말 망신살이 뻗쳤다." - 남문희 시사iN 기자

간담회가 국회 등록 기자에 한 해 참석이 허용됐기에 간담회 현장에 갈 수는 없었다. 일각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 기자들만 참가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조 후보자가 민주당에 요청을 했고, 홍익표 의원이 진행을 맡은 건 맞다. 그러나 민주당 입맛(?)에 맞는 기자만 출입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11시간 동안 이어진 헛심공방, 패자는 ‘기자'

간담회를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면, 기자들은 조 후보자와의 힘겨루기에서 'KO' 당했다.

간담회는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2시에야 끝났다. 휴식시간 포함 11시간 동안 71명의 기자들이 100개의 질문을 던졌다. 조 후보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한껏 몸을 낮추면서도, 딸 입시특혜 의혹이나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각론에 들어가면 "몰랐다', "검찰 수사 중이다"는 답변으로 피해갔다.

간담회 중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 내내 꼿꼿하고 분명한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조 후보자의 답변을 뒤집을 ‘송곳'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한국 언론의 실력(?)이 의심스러워진다. 조 후보자가 처음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9일 부터 언론은 조 후보자와 가족, 특히 딸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적어도 장관 후보자를 향해 이토록 많은 기사가 쏟아진 적은 조 후보자가 거의 유일하다. 더구나 11시간에 걸친 간담회는 한국 언론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의혹의 당사자가 스스로 기자들 앞에 섰음에도 기자들은 헛발질만 했다. 심지어 같은 질문이 반복되기 일쑤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 후보자는 "앞서 말씀드렸듯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답변했다.

개인적인 시각임을 전제로 말하면, 조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묻는 질문에 일관된 답변을 내놓았다. 경우에 따라선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비록 뒷맛이 개운치는 않지만, 조 후보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적으면 조 후보자를 편드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졌던 71명의 기자들이 조 후보자의 답변이 거짓임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데 실패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간담회 이후에도 언론은 조 후보자에게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행태는 비겁하다. 자신들이 실력이 없어서 거짓을 입증하지 못해놓고선, 계속해서 의혹만 제기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앞서 인용한 최경영 KBS 기자는 1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언론이) 검증이라는 그 말 자체를 잘 이해를 못하는 거 같아요. 검증은 영어 써서 죄송합니다만 베리파이(verify)라고 하는 거거든요. 베리파이는 어원을, 라틴어 어원을 따라가다보면 베리타스(veritas: 진리)가 나와요. 그래서 이게 결국 진실을 밝히는 작업, 증명하는 작업입니다."

그간 언론은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쏟아냈다. 그러나 언론이 내세운 검증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실체 없는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는 일에 더 가까웠다.

항간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란 낱말이 유행이다. 언론이 지루할이만치 확대재생산한 조 후보자 검증 보도는 기레기 저널리즘의 참고 사례로 남을만 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기레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독자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뿐이다.

'근조 한국언론'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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