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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단장이 그리스도인을 대표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교단장 초청 오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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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출처 = 청와대 )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개신교 주요 교단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누가 개신교를 대표할까?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활동을 즈음해 일고 있는 의문이다. 이 같은 의문을 들게 한 일이 3일 벌어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대한성공회, 한국구세군 등 개신교 주요 교단 교단장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이 평화를 만들어내고 남북 간에 동질성을 회복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기독교(개신교)계가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으며 '통합' 또한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개신교계에 통합의 정치를 위해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주요 교단장들은 대통령의 뜻에 공감을 표시했다. 예장합동 이승희 총회장은 "주일 오전 예배를 기쁘게 드리고, 오후에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들의 회동을 보면서 참 큰 감동을 받았다, 그 감동이 우리 한반도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도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도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주요 교단장들은 이 자리에서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안(NAP)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차별금지법 반대, 기독교 사학 복지시설 자율성 등의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교단장들이 꺼낸 의제들은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계가 주장해오던 의제들이다. 보수 개신교로선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민원'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교단장들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의제들이 모든 개신교인들의 뜻과 일치하는지는 의문이다.

교단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교단장은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꿰차는' 자리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예장통합이나 합동 등 교세가 큰 교단일수록 신앙의 깊이 보다 정치적 역량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기감의 경우는 감독회장 직을 놓고 수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치에 능해야 교단장 오른다

교단장이 교단에 속한 성도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는지도 의문이다. 예장통합 교단의 경우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출구를 찾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교단 총회 임원진이 명성교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예장통합 교단 교회에 다니는 성도들이 명성교회 세습에 찬성할까? 적어도 이 교단 목회자들은 세습에 찬성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지난 해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별 어려움 없이 총회 문턱을 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교단 림형석 총회장은 대통령에게 '대부분 개신교계가 찬성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건의를 했다고 알려졌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바란다. 모든 개신교 교단 교단장이 흠결이 있지는 않다. 다만 교단장이 교단에 속한 성도를 제대로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같은 민족의 명운이 걸린 문제에 개신교의 역할을 주문하고 싶다면, 개신교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고 실천하는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를 찾아 주기 바란다.

아무래도 청와대는 지금 기성 교단 교회가 얼마나 성도들의 지탄을 받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림형석 예장통합 총회장처럼 교단 안에서 조차 대표성을 의심 받는 교단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교세가 크다고, 성도와 목회자 수가 많다고 개신교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한기총이 전체 개신교를 대표하지 않는 처럼 주요 교단 교단장이 개신교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특히 예장통합이나 합동 같은 보수 성향의 교단장은 정부의 개혁정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설 세력이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가 부디 이 점만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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