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선교에 몸담은 강하룡 목사(예함교회)가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서 '크리스천의 음주 문제'에 대해 논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 목사는 크리스천의 술 문제를 성서구절을 인용해 설명하면서도 크리스천의 신앙의 좋고 나쁨의 기준이 "단지 술을 먹고 안 마시고"에 의존해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강 목사는 먼저 술에 대해 부정적인 성경 구절(민수기 6:2-3, 잠언 23:29-33; 31:4, 누가복음 1:15)과 긍정적인 성경 구절(시편 104:15, 마태복음 11:19, 누가복음 22:20, 요한복음 2:10-11)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먼저 술은 구원의 기준, 신앙의 기준이 아님을 전제하고자 한다. 구원의 기준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믿음이다. 술 한 잔 마셨다고 예수님을 배반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전제로 '술은 훌륭한 신앙의 기준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훌륭한 신앙의 기준은 가정과 일터에서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모든 것을 배우고 순종하는 태도에 있다(마 28:19-20)"며 "술과 담배를 하지 않지만, 직업인으로 엉망인 삶을 살았던 크리스천들이 많이 있다. 건강한 신앙은 음주 여부가 아니라, 가정과 일터에서의 삶의 질로 평가돼야 한다"고 했다.
셋째로는 "직업인들이 각자의 일을 주께 하듯,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좋은 신앙이다. 따라서 술은 신앙과 관련되어 비본질"이라며 "본질이 없으면 비본질에 목숨 걸게 된다. 술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한국교회 신앙의 현실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술과 신앙에 오해와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강 목사는 "술을 문화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 윤리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화는 옳고 그름이 없다. 의복 문화, 음식 문화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윤리는 옳고 그름이 있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며 "성경에서는 술을 문화로 보는 관점도, 윤리로 보는 관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강 목사는 "술을 문화로 보는 관점은 술에 대한 긍정적인 성경 구절에 잘 나타난다. 예수님께서 메시야 되심을 드러내신 첫 표적은 '양조(釀造)'였다"며 "예수님은 물로 포도주를 만드심으로 자신의 신성을 드러내셨다. 또한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 포도주를 즐기셨고, 새 언약을 포도주로 제정하셨다"고 했다.
또 "술을 윤리로 보는 관점은 술에 대한 부정적인 성경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잠언 23장의 경우 심각한 술 취함에 대한 경고"라며 "술 취함은 분명하게 윤리적으로 옳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죄이다. 사회법에서도 술을 몇 잔 즐기는 것은 문화로 보지만, 주폭(酒暴)은 범죄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술에 대한 부정적인 성경 구절 중 나실인의 율례와 왕에게 주는 교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실인의 율례는 자원하여 하나님께 헌신하는 자에게 포도주 뿐만 아니라, 포도열매도 먹지 않도록 요구했다"며 "왕에게 포도주를 금한 것은 백성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식생활에서 어느 정도 금욕적인 생활을 요구한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절제의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술 문제와 관련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신앙 전통이 있다. 100년 전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은 술을 윤리적인 문제로 규정했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술을 윤리적 문제로 인식한다. 술을 윤리적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은 고민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선교사들의 그런 결정이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결정은 한국 교회에 축복"이라며 "술 문제는 이성 문제, 재정 문제, 폭력 문제 등 너무 많은 문제를 끌고 들오는 악의 통로와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론에 이르러 강 목사는 "교회 지도자들, 중직자들, 성숙한 자들의 경우 나실인의 서원, 왕에 대한 포도주 교훈, 바울의 절제 전통,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따라 엄격한 절제가 성경의 가르침"이라며 "당연히 금주하는 것이 유익하다.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 8:13)'"고 말했다.
강 목사는 "믿음이 연약한 사람들, 신앙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따라 음주하는 사람은 절주, 절주하는 사람은 금주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음주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짜피 한 순간에 술을 끊을 수도 없을 뿐더러 하나님과의 만남과 은혜가 먼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음주에 자유로운 사람은 다른 크리스천에게 자신의 음주를 정당화하지 않도록 권하고 싶다. 약한 자의 믿음과 삶을 보호하기 위해, 음주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마 18:6)"며 "단, 교회에서는 술 한 잔 하는 것에 대하여 지옥 갈 것처럼 정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목사는 "어쩔 수 없이 술 한 잔 받는 것에 대해, 배도한 것처럼 몰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과도하게 경직된 기준을 제시하다 보니 성도들은 반감을 가지게 되고, 결국 자원하는 절제, 경건의 유익보다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는 말씀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강 목사는 "이는 내가 청년 때 술을 끊게 된 말씀이다. 성령 충만과 술 취함은 반대 방향이다. 그 가운데쯤 문화로서의 음주가 있다"며 "술 한 잔 하면, 한 잔만큼 방탕한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그게 싫었다. 주님을 더 잘 섬기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성령충만하기 위해 술을 끊었다. 지금까지 후회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