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환상의 동양 : 오리엔탈리즘의 계보』

fantasy
(Photo : ⓒ동연 출판사)
▲『환상의 동양: 오리엔탈리즘의 계보』 겉 표지.

도서출판 동연이 일본 나고야의 난잔대학(南山大學) 인문학부 난잔종교문화연구소(南山宗敎文化硏究所) 연구총서 제5권으로, 일본의 저명한 종교사학자 이야나가 노부미(彌永信美)의 역작, 『환상의 동양: 오리엔탈리즘의 계보』를 번역 ․ 출판했다.

파리고등연구원 역사 ․ 문헌학과에서 공부했던 저자는 불교신화의 전승역사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유럽 문화사, 종교사, 신비사상에 대한 해박한 식견을 살려 광범위한 분야에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본 저서를 통하여 1987년 시부사와 클로델상(연구와 번역 부문에서 프랑스와 일본의 문화교류에 공헌한 젊은 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일본 나고야의 난잔대학 인문학부 교수 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승철 교수의 탁월한 번역솜씨를 통하여 재탄생된 이 책은 역사적으로 서양이 어떻게 동양을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서양의 기독교 세계관이 그들의 동양관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설득력 있고, 흥미롭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서양인들에게 형성되어온 "환상의 동양"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유럽 사회 안에서 역사적으로, 종교적으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였는지를 분석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서양인의 자기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기독교 문명으로, 저자는 서구에서 기독교가 "유일한 진리"로서 어떻게 보편화되어 왔는지 그리고 기독교 종말론이 정치 사회관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하는 데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상의 동양"이 이러한 보편주의적 성격을 갖는 서구 기독교가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비서구 ․ 비기독교권에 대한 이미지로 형성되어 왔다고 간주한다.

1장에서는 기독교 세계 형성에 깊은 영향을 준 그리스와 이집트 문명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고, 2, 3, 4장에서는 유대-기독교의 "유일한 진리"라는 보편주의가 "헬레니즘의 세계주의"(288)와 유대교의 "융합"(266)을 통하여 형성되어 왔음을 설명하고 있고, 5, 6장에서는 기독교가 유럽의 "보편적" 종교가 되고, 유럽은 기독교 제국이 되는 과정을 서술했다.

7장에서는 십자군 전쟁과 피오레의 요아킴(Joachim of Fiore, 1135-1202)의 "혁명적 역사신학"을 분석하였고, 8, 9, 10장에서는 프레스터 요한(Prester John; Presbyter Johannes, 사제 요하네스)의 전설이 12세기부터 16세기까지의 유럽에 미친 영향을 종말론과 그리고 "종말의 제국"과 연결하여 설명했다.

11장에서는 콜론의 신대륙 "발견"이 가지는 의미를 천년왕국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12장에서는 피렌체에서 활동한 사보나롤라의 묵시록을 기술하고, 13장에서는 스페인에서의 유대인 추방과 예수회의 탄생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찾았다.

14장에서는 저자의 나라인 일본에 전도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Francisco Javier; Francis Xavier, 1506-1552) 선교사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동양의 땅끝 나라인 일본이 함의하는 동양의 의미를 분석했고, 15장에서는 "숨겨진 천사 교황" 기욤 포스텔(Guillaume Postel, 1510-1581)의 "기호론적 신학"이 갖는 종말론적 의미를 설명했으며, 16장에서는 포스텔의 종말론적 비전이 동양의 끝에 있는 일본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근대 일본이 어떻게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적 동양인식을 수용했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구가 만들어낸 '환상의 동양'은 서구의 근대와 더불어 바로 그 동양에서도 역수입된다. '동서문화의 융합'이야말로 '일본 민족의 새로운 사명'으로, 팔굉일우八紘一宇(천하를 한 집처럼 통일함)의 대동아공영권(천황 일신교)의 '지상낙원'을 쌓아올리고자 했다. 그 '동양에서 환상의 동양'은 이제 새로운 신비사상과 오컬트 취미, '최신의 물리학과 유구한 동양적 지혜의 융합'이라는 포장을 하고서 허무주의로 투명해져가는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오래된 그리고 언제나처럼 새로운 망령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이지수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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