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힌국교회 설교 강단의 문제 획일적 대답 강요"

김기석 목사 "성서의 드러난 텍스트 아닌 숨겨진 텍스트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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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학부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애큐매니칼 TAS 강연이 자난 11일부터 2박 3일간 장신대 세교협 새문안 홀에서 개최됐다. 크리스천 아카데미(원장 이근복)가 주관하는 이번 강연의 첫 발제자는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맡았다.

이날 강연에서 김기석 목사는 하나의 정해진 답을 내놓으려는 강박에 시달리는 신학적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인문학적 상상력이 성서해석에 가져다 주는 효용적 가치를 분석했다.

특히 그는 성경은 하나의 답을 말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교를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성서의 드러난 텍스트가 아니"라며 "텍스트 속에 숨겨진 소위 '히든 텍스트(Hidden Text)'에 주목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히든 텍스트(Hidden Text)를 우리 삶으로 끌어 들여, 우리 삶으로 재 맥락화해야 한다"며 창세기 22장 이삭번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창세기 22장에서 아브라함이 4일 길을 가는데, 중간 과정이 생략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양문화의 탄생을 알리는 호메로스 이야기를 언급하며 "호메로스적 문체란 결국 이야기 안에 독자들이 궁금한 점을 빼곡히 채워 설명하는 것"이라며 "이와 달리, 성서의 문체는 생략을 통해, 도리어 풍부한 맥락과 함의를 불어 넣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여 그는 "이런 성경의 원근법적 문체로, 창세기 22장을 비롯한 성경 전체 뒤에 숨겨진 '히든 텍스트(Hidden Text)'를 추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한국의 목회자들은 설교할 때, 창세기 22장을 놓고 '아브라함은 믿음, 이삭은 순종의 챔피언'이라 설교한다"고 전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아브라함이 사라와 상의했을까"라고 전했다. 그는 "질문을 해야 한다"며 "신학자들은 안하지만, 예술가들은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창세기 22장을 중층적으로 해석한 샤갈의 '이삭번제' 작품을 잠시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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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니스 샤갈 미술관)
▲샤갈의 작품 '이삭번제'. 김 목사는 “샤갈의 작품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잡으려는 순간, 저 위에는 십자가를 지는 예수의 모습이 보인다”며 “그 모습을 보며 우는 여인들과 더불어, 좌측에는 나무 한그루, 염소 한 마리 그리고 무릎을 꿇고 경악하는 사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강단 설교의 주요한 문제점이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획일화임을 재차 확인했다. "성경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 있는 것처럼 배우고 가르친다"고 지적한 그는 "성경을 주름 잡힌 텍스트(다른 해석이 많음)에서 매끈한 텍스트(정형화된 하나의 답)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엉뚱하더라도 이런 해석 자체를 경시하는 것은 성서의 풍부한 함의를 상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문학처럼 성서해석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며 "시대는 성경을 다르게 보게끔 외연을 확장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했으며 "경험과 사유는 세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의 흐름 따라, 심화와 확장의 경험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인문학적 성서 읽기는 문학과 기독교를 비교하며 기독교의 풍부한 함의를 도출해준다"면서 "문학은 답을 내리지 않고, 질문으로서 끝없이 의미와 함의를 다층화 시킨다. 이런 질문 방식을 통해 현실에 당도하려 한다. 답을 내리는 능력보다 질문의 능력이 성서해석의 길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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