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토에세이] "언젠가 너의 곁으로 가면 꼭 안아주마"

9일 고 김용균 씨 영결식 엄수....어머니 김미숙 씨, 내내 흐느껴

fire

(Photo : Ⓒ 시민대책위)
9일 오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진행된 고 김용균 추모 노제에서 고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흐느끼고 있다. 태안서부발전 9, 10호기는 고인이 생전에 일했던 곳이다.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9일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지난 해 12월 11일 사고로 숨진지 62일 만이다. 고 김 씨의 발인은 9일 새벽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어 고 김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에서 노제가 열렸다.

고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노제 내내 흐느꼈다. 김 씨는 아들의 부고를 접한 뒤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을 막기위해 동분서주했다. 어머니의 헌신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럼에도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얼굴에선 이루 말 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아들 잃은 어머니가 흐느끼는 와중에도 화력발전소는 발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참변이 일어난 9, 10호기는 정지됐지만 말이다. 9, 10호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밝히는 일은 오롯이 남은 이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는, 특히 노동계는 어머니 김 씨에게 큰 빚을 졌다.

fire
(Photo : Ⓒ 시민대책위)
태안화력발전소는 사고가 난 9, 10호기를 제외하고 지금도 가동 중이다.

아래에 어머니 김 씨가 남긴 발언들을 요약해 정리해 본다.

"스물 네 살 꽃다운 너의 청춘이 다 피우지도 못한 채, 나라가 정치를 제대로 못한 까닭으로 너의 삶이 무너져 버렸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는구나."

- 2018년 12월 22일 1차 범국민추모제

"그러니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나라가 그냥 괜찮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식으로 죽고 나라에 어두운 면들이 너무 많고 앞으로도 이것이 시정이 안 되면 그 애들은 또다시 우리 아들들처럼 또 죽어나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나서게 된 근본 원인은 그것이라고 봅니다."

- 2018년 12월 25일 JTBC 뉴스룸 인터뷰

"용균이가 죽기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죽음은 조용히 묻혔어요. 그때 조용히 끝났기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용균이의 죽음으로 이번에는 나라가 좀 제대로 고쳐졌으면 좋겠어요."

- 2019년 1월 22일 시사주간지 <시사 iN > 인터뷰

"더 이상 우리 아들처럼 죽지 않게,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정치인,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서민들을 비정규직 만들었습니다. 일자리 못 구하고, 일하더라도 용균이처럼 안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합니다. 우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죽을 것 뻔합니다."

- 2019년 2월 5일, 기자회견

"용균아!! 너를 어쩔수없이 차가운 냉동고에 놔둘수밖에 없는 엄마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구나. 하지만 엄마는 너에 억울한 누명 벗어야했고 너에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해서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랫 동안 잊지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단다.

정부와 서부발전, 그리고 네가 소속했던 한국발전기술에서 어제 너한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서 너에 잘못이 없다는 것을 선포했단다. 아들 용균아 오늘 마지막으로 너를 보내는 날이구나.

이 엄마 너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말없이 가는거니,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엄마는 어떻게 살지를 모르겠구나. 꽃다운 아까운 청춘 가엾어라 내 아들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찌 보내야할지 막막하구나.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로 가게 될 때, 그때 엄마가 두 팔 벌려 너를 꼬옥 안아주고 위로해줄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

- 2019년 2월 9일, 영결식

이활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