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교회법적으로 다룬 신간이 나왔다. 교회법 전문가를 자처해 온 황규학 목사가 지난 17일 연지동 모처에서 '명성교회 법으로 읽기' 출판 기념 간담회를 갖는 모습.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교회법적으로 다룬 신간이 나왔다. 교회법 전문가를 자처해 온 황규학 목사(기독공보 발행인)가 새 책 '법으로 읽는 명성교회'(하야book)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교회법적으로 다루며 '세습방지법'이 개교회 교인들의 고유 권리와 충돌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황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이 기업세습과는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측은 지난 2013년 9월 총회에서 이른 바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교회세습반대 운동을 펼치던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 등 기독교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교단의 '세습방지법' 제정을 △교회의 공공성 회복 △사회적 신뢰 회복 등의 계기로 평가했다.
이들은 목회세습을 목회자의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라고 보고 하나님이 주인이 되어야 할 자리에 부자(父子) 목회자가 교회의 주인을 대신하는 우상숭배의 행태라고 지적하며 비판해왔다.
이 같은 세습 반대 여론에 대해 황규학 목사는 "언론과 교계와 통합교단은 장로교회가 개인의 권한보다 단체의 권한이 위주가 되는 교파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권한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스스로 전제 군주교단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반박하면서 개교회의 후임자 청빙 주체가 특정 개인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 목사는 이어 "장로교회 후임자의 청빙 주체는 특정 감독이나 특정 치리회장이 아니라 교인들이다"라며 "노회는 단지 교인들의 뜻을 받아들여 허락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명성교회 세습에 있어서도 특정인, 즉 김삼환 원로목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후임 청빙 과정이 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뤄졌다는 얘기다.
황 목사는 그러면서 "이 책의 목적은 윤리적 관점에서 부자세습을 정당화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법적인 관점에서 교단헌법에 규정되 교회의 자유와 교인의 권리를 중시해 장로교파는 개인의 권한보다 단체의 권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황 목사는 교회세습은 기업세습과는 달리 목회를 승계한 후임 목회자에게 부와 권력이 세습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교회 재산은 교인 총유 재산이지 특정인의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 목사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새 책 '명성교회 법으로 읽기' 출판 기념 간담회를 지난 17일 연지동 모처에서 가졌다.
그러나 황 목사는 이 책에서 개교회, 특히 대형교회 목회자가 갖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과소 평가해 공감을 얻지 못했다. 황 목사는 "김삼환 목사의 영향력이 노회나 총회에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또 "통합교단이나 동남노회가 김삼환 목사의 파워보다 더 강하다"고 했다.
황 목사의 평가와 달리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교회 안팎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은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중심으로 한 과거 동남노회 파행사태 및 친명성교회파 조직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황 목사는 은퇴목사의 영향력의 범위를 "명성교회 안에서만"이라고 제한했다.
아울러 교회 안에서만 행사된다는 대형교회 은퇴 목회자의 제왕적 영향력이 후임 청빙 과정에서 전혀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는데 명성교회 쪽의 입장만 듣고 은퇴 목회자의 입김이 없었다고 섣부르게 단정하는 부분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