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논문소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선교는 '교회 안으로 데려옴' 이기만 한가?

김선일 교수의 강연문 「탈교회 시대와 한국교회의 미래」

<논문소개> 본 코너에서는 교회 및 여러 모양의 사역 현장에서 함께 생각해볼만한 담론을 제시한 논문들을 짧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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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한 교회 예배당에서 성찬 집례를 하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선교는 교회 주변부의 사람들을 교회 중심으로 끌어오는 것이기만 한 것일까.

지난 6월 연세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김선일 교수(웨스터민스터신대원)는 "과거와 같이 교회가 한 지역이나 문화권의 중심에서 주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은 지나갔다"며, 탈교회화 되는 이 시대의 교회들은 "사회 속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모델을 요청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연하면 "기존의 전통적 교회의 양식에 사람들을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자생적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시공간으로 교회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연세대 신대원 및 연신원이 주최한 '37회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김선일 교수가 "탈교회 시대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의 일부이다. 기사는 강연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강연문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본이 아니게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사상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출현으로 전례없이 다양한 다름들이 한꺼번에 공공의 장으로 나와 저마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또 한편으로는 4차산업혁명이 인간 삶의 기반들을 재편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서구사회는 '탈 기독교세계'(post-Christendom)에 진입하였고, 선교 현장은 "탈교회 시대"를 맞고 있다.

강연문은 기독교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서구 사회의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의교회들이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새로운 모델들의 교회는 보편적이고 정형화된 틀을 탈피하여 지역화되었다는 특색이 있고, 또 기존의 수직적 교단구조가 파생하는 위계질서로부터도 자유롭다.

예를 들어 미국은 최근 20-30년간 초교파교회들의 괄목할만한 출범과 성장이 있었고, 소위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라고 하는 동시다발적이고 자생적인 느슨한 조직의 신앙공동체들이 활성화되었다. 또 미국의 종교인구 조사기관 바나리서치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전통적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교인의 28%가 '대안적 형태의 종교 공동체'를 경험하였다고 한다. 대안적 형태의 종교 공동체는 가정교회, 일터교회, 미디어교회 등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전통적 교회 참석자들의 40%만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데 반해 대안적 형태의 종교 공동체 참석자들은 66%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미국에 비해 세속화와 기독교 교세의 약화가 훨씬 심화된 영국에서는 국교회 차원에서 '교회의 신선한 표현들'(fresh expressions of the church)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들 교회의 형태는 일터교회, 주중교회, 가정교회, 레저교회 등 상상력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유형들이다. 영국의 처치아미스리서치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 노르위치 주교관구 내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교회들이 바로 '신선한 표현들'에 속한 교회들이었다. 이 교회들은 노르위치 주교관구 내 교회들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이같은 새로운 모델을 표방하는 신생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금번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도 새로운 모델의 교회 목회를 시도하는 3명의 목회자를 초청하여 그들의 목회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교회 컨퍼런스 주최측 및 초청된 강연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등장하는 새로운 모델의 교회들을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es)라고 호칭했다. 선교적 교회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정의들이 있는데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신학)의 설명을 차용하면, "선교적 교회는 교회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선교에 두는데 이들은 선교 개념을 더이상 지리적 공간적 차원에 제한하지 않고 이 세상 전체를 선교 현장으로 본다".

김선일 교수는 강연문에서 탈교회 시대에 교회가 점점 더 세상의 주변부로 밀려가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복음의 위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형식화된 종교의 틀을 넘어 복음을 새롭게 표현하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 이 기사에서 다룬 논문은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및 연합신학대학원이 2018년 6월 25-26일 주최한 제37회 미래교회컨퍼런스에서 배부한 자료집 『"탈교회" 시대의 선교적 교회』 146-155쪽에 게재되었고, 글쓴이는 김선일 교수(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입니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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