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퇴합니다”

한신대 신학과 학생 27명, 9일 공개 자퇴서 발표

shin

(Photo : ⓒ 한신대학교 신학과 )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 27명이 9일 연규홍 총장 선임에 반대해 공개 자퇴서를 냈다. 사진은 지난 달 22일 있었던 연 총장 선임 반대 행진.

한신대학교 학내 구성원들이 연규홍 총장 선임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9일 오후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 27명이 자퇴서를 냈다. 이 학생들은 자퇴서에서 "민주한신의 장례식은 우리에게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총회에서 결의한 사퇴 촉구안을 무시하고, 또다시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며 "죽임당한 한신에서 우리는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우리는 자퇴서를 제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자퇴서를 낸 이 아무개씨(14학번)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10일 오전 3명의 학생이 추가로 자퇴의사를 밝혔고 10여 명의 학생이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자퇴라는 선택을 한데 대해 "더 이상 투쟁을 끌고갈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의지가 가장 잘 표현될 방법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자퇴로 뜻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사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연 총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래는 신학과 학생들이 발표한 자퇴서 전문이다.

한신의 모든 선후배님들께
-자퇴서를 작성하며-

한신 신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한신의 선배들을 동경했고, 한신의 정신을 따라 걷고자 했습니다. 민주화의 선봉에 섰다는 한신을 우리의 자랑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2017년 09월 21일 우리의 자랑, 한신은 죽었습니다.

2016년,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총장을 선출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주한신의 장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우리의 손으로 선출한 총장 대신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했습니다. 저항하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을 투입하여 학생들을 진압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을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불의한 공권력에 싸워온 한신에, 공권력으로 학생을 진압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게 한신의 장례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허나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천막을 치고 깃발을 올렸습니다. 죽어가는 한신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웠습니다. 2016년 09월 29일, 총장 인준이 부결되었습니다. 민주한신의 장례식은 우리에게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총회에서 결의한 사퇴 촉구안을 무시하고, 또다시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습니다. 결국 09월 21일 102회 총회에서 인준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죽임당한 한신의 시체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죽임당한 한신에서 우리는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우리는 자퇴서를 제출하려 합니다.

우리는 한신 신학을, 한신의 이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손에 한신의 신학을 움켜쥐고 우리는 학교를 떠나고자 합니다. 이것이 한신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믿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죽임당한 한신과 함께 다시 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외칩니다.
연규홍 교수님, 사퇴하십시오.
한신학원 이사회는, 사퇴하십시오.

"...너희가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말로 온갖 비난을 받으면, 너희에게 복이 있다.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기 때문이다. 너희보다 먼저 온 예언자들도 이와 같이 박해를 받았다." <마태 5:11-12>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교
한신의 모든 선후배님들께
임마누엘 동산에서

경덕환(14) 김강토(16) 김관우(11), 김남영(15) 김요한(16) 김영훈(15), 김예찬(15), 김종은(11), 김준호(17) 김태원(16), 박시은(16), 박의현(15), 박충만(12), 배새일(12), 배요한(15), 오창모(13) 유영상(15), 이신효(14), 이정미(14), 임훈식(16), 전선우(15), 정동준(12), 조정석(14) 진빈(12), 최찬기(12), 최찬용(11), 황석현(17)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