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일 NCC,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취소 항의

도쿄도지사에 항의, WCC에도 전달

관동대학살
(Photo : ⓒ 이인기 기자)
▲관동조선인학살 제94주기 추도행사에서 오충공 감독이 관동대학살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는 지난 8월 25일(금)에 있은 도쿄도 지사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이케유리코(小池百合子) 도지사가 1923년 9월의 관동 대지진 때 벌어졌던 조선인 학살에 대한 추도문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데 대해 항의서한을 보냈다.

지난 8월 28일(월)-29일(화) 서울에서 열린 한·일 NCC URM 협의회에서 만난 양교회는 위와 같은 사실에 엄중한 항의의 뜻을 담아 도쿄도지사에게 전달하는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에도 전달하여 세계교회가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래는 항의서한의 전문이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도쿄도의 추도문 취소에 대한 항의문

우리는 기독교 여러 교단과 단체가 연합하는 일본과 한국의 기독교협의회(National Christian Council, NCC)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기독교 협의회는 전후(戰後)로부터 지금까지 각 나라의 기독교 선교와 함께 인권과 사회정의 및 평화문제를 위해, 그리고 일본과 한국, 나아가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계속해 왔습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문제에 대해 도쿄도에 강력히 항의합니다.

지난 8월25일에 가진 도쿄도 지사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이케유리코(小池百合子) 도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1923년 9월의 관동대지진 때에 있었던 조선인 학살에 대한 추도문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하였습니다.

1973년 당시 미노베(美濃部) 도쿄도지사를 시작으로 자민당, 사회당, 공산당, 공명당, 민사당의 구의원과 사원(寺院), 학자, 학술단체 등 240단체와 약 6,000명 시민의 협력으로 도쿄도 수미다구 요코아미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건립하였습니다. 그 이후 도쿄도 지사는 추도비 앞에서 가지는 추도행사에 거의 매년 추도문을 보냈고, 지진과는 관계도 없는 학살로 인해 희생된 6,000명이 넘는 조선인에게 추도의 뜻과 함께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해 왔습니다.

지난 해 9월에는 코이케 도쿄도 지사도 추도문을 보내와서 "많은 재일 조선인 분들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희생된 사건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역사 인식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납득이 되는 명확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다고 표명한 것은 지금까지 비통한 역사를 기념하면서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역사를 배우면서 미래를 향하여 평화의 결의를 새롭게 하는 기념행사를 소중히 지켜왔던 사람들을 비롯하여 일본인과 한국인과의 화해와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경악과 함께 큰 실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코이케 도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에도 표명하였던 조선인 희생자의 관점을 포기하고 추도문을 취소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거기에 민족차별이라는 관점보다 나는 재해로 죽은 분들, 여러 가지 재해로 죽은 분들에 대하여 위령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만, 재해로 죽은 분들과 학살이라고 하는 인재로 죽은 분들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차별적인 가치관을 은폐하고 양식과 현명한 판단을 결여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그러한 도쿄도의 판단이 2013년경 도쿄도내의 대로에서 혐오발언(Hate Speech) 데모를 벌여왔던 배외주의적인 시민단체의 행동이나 민족차별이 가져온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각지에 세운 역사기념비의 철거를 꾀하는 단체의 행동에 힘을 주면서, 도쿄도뿐만 아니라 이 일본의 배타주의적 풍조를 자극해 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0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을 '환대'(hospitality)하는 마음으로 초청하여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도쿄도가 어떻게 이번 추도문 취소의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판단하는 도쿄도가 역사에 대한 성실한 자세와 관대한 마음과 평화의 정신을 존중하는 올림픽 개최 도시로서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우리들의 기독교 신앙에 입각하여 평화의 선교와 동시에 일본과 한국,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원하는 시각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세계 여러 교회에 호소하며 이번 코이케유리코 동경 도지사가 표명한 추도문 취소에 대하여 엄중히 항의하는 바입니다.

2017년 8월 30일

일본기독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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