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한국교회를 강타했던 이슬람포비아(Islam Phobia, 이슬람 혐오증·공포증)가 과장된 공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한국선교신학회(회장 박영환 교수)와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최종진 교수)의 공동 주관으로 감신대에서 열린 ‘이슬람선교포럼’에서 연세대 김상근 교수는 이슬람포비아에 대해 “타당성이 결여된 일부 보수/근본주의 진영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김영남 박사(아신대)는 “무슬림의 존재가 도전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문제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내부에 있다는 것”이라며 이슬람포비아에 대한 재인식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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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감신대에서 열린 '이슬람선교포럼'에서는 이슬람포비아가 '과장된 공포'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이지수 기자 |
이는 ‘이슬람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라는 교계의 주류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이다. 주류에서는 “무슬림이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국내에서 이슬람 확장을 획책하고 있다”(전호진 한반도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에 들어온 2만 명의 이슬람선교사들이 좌파세력과 연계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최바울 선교사)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5개 주요교단 선교부가 이슬람에 대한 ‘공동대처방안’을 마련하고 한국이란인교회는 이슬람 대처 운동인 ‘4HIM’ 운동을 펴는 등, 교계의 반이슬람 운동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근 교수 “이슬람포비아는 실재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일 뿐”
연세대 신대원 김상근 교수는 “이슬람포비아는 실재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인 상황이 만들어 낸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이슬람포비아의 존재 자체를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슬람포비아를 만들어낸 상황으로 첫째, ▲2008-2009년의 종교과잉을 꼽았다. “당시 불교계의 기독교에 대한 조직적인 ‘종교전쟁’, 언론매체의 기독교 비판, SBS <신의 길, 인간의 길> 이슈화 등으로 인해 한국사회에 종교과잉이 일어났으며”, 이에 대해 보수 기독교세력은 “종교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2008-2009년의 이슬람포비아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보수/근본주의 기독교의 시민종교적 국가주의가 한국교회에서 재현된 것을 꼽았다. “미국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보수/진보, 공화/민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킨 9.11사태로 인해 일시에 통합되어 ‘시민 종교화’ 되기에 이른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직수입하여 한국 기독교도 시민종교화되기를 바랐지만, 이명박 정권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졌고, 결국 좌절감을 분노로 표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슬람포비아’라고 주장했다.
또 이슬람포비아가 계속될 경우 갖가지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슬람 포비아는 약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배타적 공격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음모이론 수준에서 출발한 이슬람포비아의 확산은 한국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구체적인 통계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와 짐작에 기초한 것이어서, 일반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진전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 박사 “문제는 외부(이슬람)가 아닌 내부에 있다” “이슬람 VS 기독교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김영남 박사(아신대)는 이슬람에 대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슬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연구 없이 무작정 대응할 경우 심각한 종교적 갈등과 사회적 충돌이 야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무슬림의 존재가 도전으로 인식되는 것은 문제가 외부가 아닌 기독교 내부에 있다는 것”이라며 교회 내적인 대처를 촉구하고, 구체적인 대처법으로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교육 실시 ▲세상에 대해 열린 시각 견지를 제시했다.
또 “국내 이주 무슬림의 정착은 선교의 기회”라고 주목할 만한 주장을 내놓았다. 이주 무슬림을 '선교가 곤란한 지역에서 모여든 잠재적 기독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표면적인 선교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회 좀 다녔다는 무슬림을 무리하게 신학교에 보내어 안수 받게 하고, 무슬림 개종자와 자기 딸을 (무리하게) 혼인시키는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또 국내 교회에 나오는 무슬림 가운데는 교회에 가서 몇번 눈물 흘리고 출석만 잘 하면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형태의 무슬림 사역은 표면적 선교의 실체다. 타문화와 타종교를 고려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선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