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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와 존엄사, 어떻게 볼 것인가?”

NCCK 제공 / 논평 김희헌

(내용요약)
발제자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현대인의 욕망이 “생명의 연장”과 “죽음의 지연”을 동일시하면서, 죽음을 삶의 한 복판으로 불러들이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욕망을 넘어서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금 긋기”가 가능한 지를 묻는다.
먼저 그 출발을 “생명의 신성함”에 관한 전통적인 개념을 <삶의 질>의 문제 즉,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하면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나타내고자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기준의 모호성이다. 이로부터 죽음과 구분될 수 있는 생명의 경계를 “객관적으로” 확정지을 수 없으며,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주관적 판단에 따른 임의적 경계만 만들 수 있을 뿐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발제자는 안락사와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이러한 임의적 경계선의 유형들을 개관한 다음, 안락사의 합법화를 위한 찬반논리를 소개하고, 안락사 논의를 위한 세 가지 전제를 제안한다.
안락사는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발제자는 존엄에 대한 가치기준을 “개인의 자율성”에 과도하게 두었던 근대 사상으로 답하기 어려움을 설명한다. 본래부터 사회적(관계적) 존재인 인간의 삶의 환경에서 <살 권리를 지닌 개인의 가치>라는 근대의 개인주의적 집중은 복잡하고 중층적인 삶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의미 있는 답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은 인간의 제반관계를 형성시키는 뿌리인 “사이성(betweennes)”에 주목하여 새로운 이해를 세워가는 데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보편적” 진리가 아닌 “상황적 조건”들로 이루어지는 “연산식”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의 우리의 “금긋기”는 항상 “임시적으로만 유효”할 뿐이며, 이 전제 위에서 “기독교적 죽음의 연산식” 즉 “부활의 연산”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질문 및 정리)
1. 안락사와 존엄사의 개념 구분의 필요성: 안락사가 합법화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존엄사일 수 있어야 할 것이지만, 모든 안락사가 존엄사일 수는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존엄사의 조건 즉, 죽음 앞에서 <존엄이 지켜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분명해야 할 것 같다.
존엄사는 죽음을 향한 불가역적 퇴락을 경험하고 있는 주체가 <죽을 권리>를 제창하는 마지막 자율인가? 주체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타인의 존중을 의미하는가? 최고의 선택(언제와 왜)이 가능하도록 제공되는 의학적 정보의 객관성이 보증하는 그 무엇인가? 아니면 그저 소극적 안락사의 다른 이름이 존엄사인가? 그리고 주체의 자기의식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존엄이란 과연 사용가능한 개념인가?

2. 안락사의 문제를 두 유형으로 분류하여,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는 서로 다른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성. (사울의 죽음에 대한 삼상 31장과 삼하 1장의 다른 레토릭은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성서적 전거가 될 것 같다. 삼상 31장은 존엄한 죽음을 위해 자결을 선택한 사울의 이야기. 삼하 1장은 사울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울의 요청대로 그를 죽인 청년에 대한 다윗의 심판 이야기)
가. 자의적 안락사: 죽음의 주체가 충분한 상황적 인식을 전제하여 합리적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할 때 생기는 갈등은 <생명의 신성함>을 지키려는 <생존의 의무>와 <삶의 질>을 판단하여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주체의 자율성 안에서 생길 것 같다. 그러나 <죽을 권리>에 대한 주장은 <생명의 신성함>을 반드시 부정하지 않으며, 또 어떠한 <삶의 질>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생존의 의무>에 대한 요구는 폭력이거나 허상이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죽을 권리와 생존의 의무는 둘 다 절대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때 허용될 수 있는 안락사의 구체적인 기준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나. 타의적 안락사: 의사와 가족이 판단을 해야 할 경우. 이런 상황에서의 갈등은 <살리려는 노력을 통한 생명의 존중행위>와 (치료를 포기하여) <불가역적 죽음의 상황을 존중>하는 일 사이에서 발생하지 않을까? 이 때 허용되어질 수 있는 안락사의 기준은 어떤 것이 될 수 있는가?

3. 근대세계의 생명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주체)의 자기 결정권이었다. 안락사의 문제에 관한 성숙한 판단을 보여줄 <올바른> 결정의 기본조건은 <정당화 될 수 있는> 결정이면서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결정이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결정 모두 <관계> 가운데에서 판단되어지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근대의 주체 개념은 근본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사이성(betweenness)”의 개념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까?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나눌 금 긋기 작업의 준거점은 마련될 수 있는가?

4. 금 긋기 작업을 하는데 고려되어야 할 신학적 주제들 (전제가 되는 신학적 틀).
가. 신의 섭리에 대한 이해. 섭리를 예정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안락사는 신의 뜻에 대한 도전이고 존엄사는 불경이다. (신과 세계/인간의 유기적 관계에 관한 신학적 틀의 필요성)
나. 생명에 관한 <존재론적 인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윤리적 판단>의 차이. 몸을 동물기계로 보았던 데카르트식 이원론적 존재론을 전제할 때 안락사는 영혼의 해방을 촉진시키는 행위로 환영받기 쉽고, 19세기 중후반에 정착된 유물론적-실증주의적 자연주의를 전제하면 안락사는 단순히 영원한 끝을 향한 영웅적 결단이기 쉽다. (생명 존재에 대한 통전적 이해의 필요성)
다. 육체적 죽음의 경계 너머에 대한 종말론적 구상. 부활과 하나님나라라는 상징에 대한 구체적 해석과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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