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리뷰: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

장공 신학사상 입문서, 소천 30주년 맞아 제자 김경재가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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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인출판사)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 겉 표지

한신대학교, 한국기독교장로회, 그리고 경동교회.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이 기관들의 시작점에서 주춧돌이 된 장공 김재준 목사가 소천한지 올해로 30년이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으나 그의 표현대로라면 "죽음도 생명의 율동"이므로 그의 업적은 우리 시대에서도 호흡한다. 30주년을 맞아 그의 제자 김경재 박사가 장공의 신앙, 신학, 사상 등을 담아낸 책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가 작년 가을 출간되었다.

장공은 문장가였다. 그가 쓴 단행본이 29권, 간행물에 실은 글이 81편, 번역서가 20권이다. 장공 스스로도 자서전 『범용기(凡庸記)』에 자신이 글을 많이 쓰는 축에 들 것 같다고 썼다. 김경재는 장공 글에 흐르는 그만의 특징적인 신학적 어휘들 중 '생활신앙'에 주목하여 관련된 글들을 발췌했다. 그리고 발췌한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22개의 챕터로 구성하였고, 각각의 챕터에 '내용새김'이라는 이름으로 김경재 만의 소박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설명을 곁들였다.

장공이 '신앙생활'이라는 단어 대신 '생활신앙'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이유는 그의 기독교적 실학정신의 표출이었다. 히브리 사람들이 순수이념을 높게 평가하지 않은 것 처럼, 예수도 몸으로 오셨고 몸으로 자신을 드리셨던 것 처럼, 기독교인의 신앙도 그 생활속에서 증거되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신앙생활'은 문화생활이나 정치생활 처럼 인간 생활에 하나 더 덧붙는 것과 같은 것이 될 수 있지만, '생활신앙'은 삶 전체로서의 활동이다. 그래서 장공의 '생활신앙'은 예수를 머리와 가슴으로 '믿고' 손과 발로 '따르고' 종국에는 내 안에서 내 몸을 통해 예수가 살아가는 '예수살이'인 것으로 김경재는 설명했다.

그리하여 이 책의 전체는 장공의 '생활신앙'을 기조로 하여 인간(론), 교회(론), 교회와 국가·사회와의 관계, 타 종교과의 관계,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의 사상을 알기 쉽게 풀이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저자가 밝힌대로 이 책이 장공의 삶과 사상에 대한 연구논문은 아니기에 각 챕터들의 제목들과 주제들은 딱딱하지 않고 에세이 형식처럼 친근하다. 그러나 면면히 흐르는 장공의 사상들과 쉽지만 무게있게 풀어내는 김경재의 설명으로 그리스도교의 핵심적 주제들이 충분하고 밀도있게 담아져 있다.

장공의 '생활신앙'은 개인 신앙을 넘어 교회공동체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 김경재는 22개의 챕터 중 4개의 챕터를 '교회론'이라는 제목으로 구성하여 장공이 교회에 전하는 메시지에 무게를 두었다. 장공에 따르면 한 사람이 관념적으는 옮음 그름을 알지라도 생활에서 몸의 실천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그것은 죽은 믿음이 되며, 그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사랑과 희생이 아닌 '교권'이 생성된다. 본래 봉사하여야 할 교권은 과거에 의존하여 권위를 보장받으려는 탐심으로 전락한다. 김경재도 교회가 거룩하고 신성한 기관일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예수의 사랑과 공의로움 때문일 것이며, 교회 기관들은 그리스도의 권위를 대신하려는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장공은 국내 신학계에서 처음으로 '성서연구방법론'을 도입한 선구자적 인물이었던것만큼 타 종교와의 대화에도 폭넓게 접근한다.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 유교의 인, 천도교의 인내천 등의 개념들에 대하여 하나님의 보편성의 입장에서 접근하며, 이 부분은 신은 신을 지칭하는 이름에 의해 갇히거나 제한받을 수 없다고 그의 저서 『이름 없는 하느님』에서도 강조한 바 있는 김경재에 의하여 차근차근 잘 설명되고 있다.

한편 장공의 생활신앙은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와도 연결된다. 김경재도 장공의 신학과 신앙의 중심을 꿰뚫고 흘러오던 주제는 예수의 주기도문에 나오는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이었다고 첨부한다. 장공은 생애 말년에 '하나님의 나라'를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로 새로이 표현하였다. 표현에서 드러나듯 그의 하나님의 나라는 관념적이지 않고 생활속에 있으며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그의 나라에서 '옛것'은 파괴되거나 대체되어 '새것'으로 되지 않고 재평가되고 가치변혁을 일으키면서 '새것'이 된다.

1901년 유교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중용」, 「논어」, 「맹자」등을 공부한 장공에게는 실사구시를 핵심으로 하는 실학파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김경재는 설명한 바 있다. 장공의 글에서 만나는 장공은 인간을 대상화하지 않았고 신앙을 우상화하지 않았고 교회를 물상화하지 않았다.

이 책에 단순하고 소박하게 정리되어 있는 장공 김재준의 신앙적 신학적 유산들은, 오늘날의 스승 김경재의 스펙트럼에 덧입혀져 독자들에게 더욱 입체감있게 다가온다. 다가와서 현실적이고 실존적으로 참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더듬어보면서 독자들은 불트만이 말한 바 '그때 그때'의 새로움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경재 | 출판사 삼인 | 발행일 2016.09.27 | 페이지 204 | 가격 12,000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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