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언론위원회, (주목하는) 시선 2016 '청소년 행동' 선정

jomisun_02
(Photo : Ⓒ 지유석 기자 )
▲한국 근현대사의 변혁기에 청소년 행동은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사진은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는 12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6」 으로 '청소년 행동'을 선정했다. 아래는 선정 이유이다.

'청소년 행동'은 한국 사회에서 어둠이 빛을 가릴 때마다 앞장서서 광장으로 나아가 시민의 주권회복을 위한 토론을 점화시키는 불씨였다. 촛불은 빛이 사라진 세상에서 희망을 잃을 수 있는 모두에게 어둠을 이길 수 있는 출구를 가리키는 방향타이다. 민족의 등불이 꺼졌다고 절망했던 일제강점기 1919년 3월 1일 시작된 독립선언을 앞서서 이끌었던 것도 중고생이었으며,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시작된 항일운동도 중고생들이 어둠을 가르는 등불을 들었던 것이었다.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체제를 영구히 하려던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월 19일 학생혁명도 3월 15일 마산에서 최루탄에 맞아 희생된 청소년 김주열 열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촛불을 든 청소년의 행동은 어둠이 이 땅을 덮을 때면 언제든 다시 타올랐다.

2002년 미군이 장갑차로 중학생이었던 효순이와 미선이를 죽였음에도 한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그들을 재판할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기 땅에서 유배되어야했던 국민은 억울한 죽음 앞에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선두에는 벗의 죽음에 통곡했던 청소년이 있었다. 첫 촛불은 인터넷을 통해 효순이와 미선이의 영혼이 반딧불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함께 불을 밝혀주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광장에서 밝혀진 촛불은 상처받은 모든 영혼이 치유받을 수 있도록 세상을 밝히는 불씨였다.

2008년 광우병 사태가 벌어지자 청소년들은 하나둘 다시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촛불을 밝혔다. 국민건강권마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부패한 정권을 견제조차 못하는 나약한 의회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는 비겁했기에 다시 반딧불을 모은 건 수업을 끝마치고 청계광장에 모인 중고생들이었다. 촛불을 든 청소년들의 행동은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유모차 부대'를 모이게 했다. 2002년 촛불이 광장의 공동체를 열었다면, 2008년 촛불은 연대의 공동체를 열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어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따랐던 선량한 단원고 학생들은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에 가라앉고 말았다. 전 국민은 그 모습을 실시간 방송을 통해 지켜봐야했다. 청소년들이 가장 앞장서서 무능한 정권, 부도덕한 사회, 비겁한 기성세대에 맞선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정권의 억압과 사회의 무관심속에서 고립된 유가족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울어주고 곁에 머문 것은 246명의 벗을 잃은 청소년이었다.

2014년 봄에서 2016년 겨울로 이어진 청소년 행동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의 부조리가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많은 벗들이 쓰러져갔음에도 여전히 광장에서는 경찰이 발포한 물대포로 선량한 농민이 죽음에 이르고, 경찰이 방패를 들고 시민을 폭행하는 폭력이 난무하였다. 이제 공적 폭력을 이기는 힘은 그들로부터 권력을 되찾는 것이었다. 2016년 11월 13일 촛불을 든 청소년 행동이 청소년혁명위원회를 소집한 이유였다. 2016년 청소년 행동은 현재의 미완상태인 '시민혁명,' '주권자혁명,' '민주주의 혁명'을 완결할 때까지 추동하는 힘이 되고자 한다. 20-30세가 된 2002년 촛불세대와 2008년 촛불세대가 2014-2016년 촛불세대와 결합하면서, 한국 사회는 4.19학생혁명이후 지금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주권자가 주인이 되고, 시민이 권리를 행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혁명을 향한 길로 가고 있다.

촛불을 치켜든 청소년들은 거대한 골리앗에 맞서 돌팔매를 들고 담대히 앞서 나가는 다윗과 같이 억압에 맞서 주권을 되찾기 위해 앞서고 있다. 지금 청소년들이 든 촛불은 횃불이 되고, 다시 들불이 되어 전국에 번지고 있다. 청소년 행동은 거짓 앞에 두려워 무릎 꿇지 않고, 진실을 지키려는 용기를 가장 앞장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행동은 단순히 촛불을 밝히는데 머물지 않고,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주장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주변을 중심으로 연대해 내는 동력이다. 그들의 담대하고 건강한 의식이 한국 사회에 다시 빛을 전해주고 있다. 청소년 행동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염원을, 아니 그래야만 주권회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가 2016년12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6」 으로 '청소년촛불'을 선정한 이유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