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침신대 교수 “박 대통령 어떤 형태로든 퇴진하라”

기독교계 시국선언 이어져, 지역에서도 시국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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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침례신학대학교 )
8일 침신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의 회개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기독교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8일(화) 침례신학교 교수 16명은 시국선언을 내고 "오늘날 이 사회를 총체적 위기와 난맥상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퇴진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며,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 교회를 향해 "목회현장에서 복음의 참 정신을 선포하지 못하고 허황된 번영신앙과 기복신앙을 양산한 일에 대해 우리는 회개해야 한다"고 권면하면서 "최순실 일가의 행각을 무조건 사이비종교의 일탈행위라고 선긋기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국선언은 지역에서도 이어졌다. 8일(화) 오후 대전 중구 선화동 빈들감리교회에서는 대전세종충남목회자비상시국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 주최로 ‘박근혜 하야촉구 대전세종충남 목회자시국대회'가 열렸다. 대책회의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목회자들은 작금의 박근혜 대통령과 지도자들이 행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하여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이어 현 시국과 관련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한줌도 되지 않는 권력을 사유화하여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당들에 의하여 국가의 기밀이 누설되는 참담함을 보고 있으며, 국정의 전반이 사욕과 주술에 농락당하는 등 비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개탄하며 "오늘의 이러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으며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확인한다. 박 대통령은 이 일의 책임을 지고 즉시 하야하여야 하며, 이를 방관하거나 조정한 자도 마땅히 그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저녁 서울에서는 신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한신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총신대학교, 성결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등의 신학생들과 기독단체들이 꾸린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드렸다. 시국기도회를 마친 신학생과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충돌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4명의 신학생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아래는 침례신학대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침례신학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

우리는 역사와 사회 앞에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아가 신학대학에서 기독교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와 난맥상을 심히 우려하며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본분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 일에 참여하는 것임을 믿는다. 예수님은 이 땅의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성육신하셨다(요 1:14). 그리고 당신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은혜의 해'를 선포하시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놓임과 해방을 선언하심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사역의 방향을 제시하셨다(눅 4:18-19). 또한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눅 13:33) 하시며 흔들림 없이 올곧게 그 길을 가셨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약한 자를 돌아보며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예수님의 마음과 행동을 따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구시대의 부패된 유물과 ‘근본적 단절'을 단행하고, 새 시대를 펼쳐나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세상이 혼란과 충격에 빠져있는 이 시국에서, 우리는 먼저 이 사회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작은 자들을 위해 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성실히 지키지 못했고, 그 일에 방관하며, 심지어 외면해왔던 행태들을 깊이 반성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소외된 자들을 탄압하고 가진 자들을 위해 작동하는 자본주의체제의 병폐들을 용납했으며,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각계의 뜻있는 목소리를 오히려 잠재우고 침묵하게 만드는 데 공조했던 지울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 근현대를 거치면서 시대마다 불의한 정권과 결탁했던 한국 교회 일부 지도자들의 행태도 적지 않게 목도해왔지만, 그것을 제대로 비판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했다. 우리는 불의한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정의로운 뜻을 당당하게 외치기는커녕 부패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면서 반사이익을 챙겨온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행보 때문에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두운 세력에 대해 침묵하고 묵인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어둠에 일조한 책임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의 일부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회를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비선실세로 하여금 농단하게 했던 대통령과 그 측근을 여전히 비호하거나 그런 행태를 용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태도는 침몰하는 난파선과 운명을 함께 하도록 한국 교회를 내모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시국에서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딤전 2:2)을 핑계하며 침묵하는 일이 그리스도인의 본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교회는 최순실 일가의 행각을 무조건 사이비종교의 일탈행위라고 선긋기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망국적 사태가 기생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데 한국 교회가 관여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현장에서 복음의 참 정신을 선포하지 못하고 허황된 번영신앙과 기복신앙을 양산한 일에 대해 우리는 회개해야 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수단화하거나 희화화하면서 부패한 정권과 결탁했던 행보를 멈춰야 한다. 교회가 정권과 결탁하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세상의 권력에 대한 충성으로 변질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교회는 세상의 권력과 근본적으로 단절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출구와 해법을 찾기 힘들 정도의 혼란과 불안 속에 빠져있다. 이런 난국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일차적으로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지도자를 택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으로서 주권행사를 사이비종교의 사술에 얽혀 사사로이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탐욕스런 권력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최순실 일가에 의해 대한민국이 어떻게 농락을 당했으며, 온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는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왔다. 지금 들불처럼 일어나는 다양한 시국선언들과 전국적인 시국행진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주장이다. 이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이 땅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오늘날 이 사회를 총체적 위기와 난맥상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퇴진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며,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나, 그 동안 각종 권력과 결탁해왔던 한국 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에 그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하나, 비폭력적 저항의 십자가 방식으로 악과 맞서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본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회에 만연한 악의 현실에 동조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하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사랑의 정신에 따라 약한 자들을 돌아보고 낮은 데를 찾아가며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할 뿐 아니라, 이러한 실천적 신앙을 함양하는 목회자와 기독교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016년 11월 8일
시국선언에 함께 하는 교수 일동

김용복, 남병두, 김병권, 우택주, 이석철, 김난예, 김남수, 강만희, 강진희,
김은영, 이광호, 권지성, 오인근, 주소희, 권선중, 현숙경(이상 16명)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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