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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순실 사태로 반추한 "헬 조선"의 주역들

서광선 박사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주간)

#최순실 #헬조선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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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본지 논설주간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나라꼴을 가리켜 왜 "헬 조선"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그리고 누가 우리 나라꼴을 "헬 조선"으로 만들어 왔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해서 꽃다운 우리 고등학교 학생들이 아우성 소리도 못 지르면서 차디찬 바닷물에 빠져 죽어가게 되고, 3년 가까이 왜 그런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진상을 밝히지 않고 있었는지, 알만 하게 되었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쏘아댄 물대포에 쓰러져 오랜 동안 병상에서 고생하다 죽었는데도, 물대포를 쏘아댄 경찰이 문제가 아니라, 비참하게 죽음을 당한 피살자의 "병" 탓이라고 담당의사가 사망진단서를 쓰게 된 이유도 알 만 하게 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왜 석 달 동안이나 학교 본관을 점령하고 농성하면서 총장 사퇴를 요구했는지, 그리고 급기야 총장이 사퇴하게 되었는지, 알만 하게 되었다. 여학생들이 야기된 문제에 대해서 총장에게 설명을 요구했는데도, 왜 설명 대신 경찰 병력 1,600명을 학교 안에 불러들이게 되었는지도 알만 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개성공단을 갑자기 폐쇄하고 공장 직공들과 회사들이 개성에서 철수하고 속수무책 밥 먹을 궁리에 동분서주하게 된 이유도 알게 되었다. "통일은 대박이다"가 무슨 반가운 소리인가 했는데, 결국 북한 주민더러 힘들면 남한으로 도망치라는 선동이나 하는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쉽게 했는지도 알만 하다.

나 같은 노인이 그 동안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보면서, 도대체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뒤숭숭하고 데모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의아해 했었다. 광화문에 나가면, 중국 관광객, 유커들이 떼 지어 다니는 한가운데, 세월호 유가족들의 하얀 텐트 무리를 보면서, 가슴 아파하는 일 밖에 할 일이 없다고 한숨 만 짓고 있었다. 이대 총장이 물러나게 된 데는 학교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통령을 움직이는 한 엄마의 막강한 권력 행사가 있었다는 정도지만, 입학 부정은 없었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에 그 엄마란 사람이 보통 엄마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손을 댔을 뿐 아니라, 정부의 인사 임명과 파면만이 아니라, 외교·국방·경제 등, 손대지 않은 영역이 없었다는 보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놀라움을 넘어 분노와 함께, 좌절과 절망을 느끼면서, 내가 너무 오래 산 것 같다, 왜 이런 꼴을 보고 들으며 이토록 속수무책, 목숨을 부지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종교의 문제, 특히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데 개신교 목사이고 신학자란 사람으로서 더욱 자책하며 뼈아프게 반성하게 된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온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산주의자의 미쳐버린 총탄에 잃었고, 무서운 철권으로 나라를 지배해 온 독재자 아버지가 심복의 총알에 무참하게 죽어 간 젊은 여인. 그 여인의 아파하고 방황하는 영혼을 위로하고 돌보고 거두어 준 것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목사라는 직함을 사칭하며 접근한 노회한 사람과 그 가족들이었다는 데, 우리 어른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기독교의 목사라는 사람들은 적어도 사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상한 영혼을 보듬어 치유하고 옳고 바른 삶, 스스로 생각하고 독립할 수 있고 건강한 지성인으로서 부모와는 다른 삶, 나라를 위해서 산다는 것의 참된 길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권력에 붙어서 아첨하고 바른 말을 하기보다는 사리사욕을 여한없이 채우고 나라 살림을 농단해 왔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끝까지 거짓말로 호도하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잘못된 친분과 도움에 대해서 사죄와 사과나 책임지는 행동이 아니라 변명으로 일관하게 한 죄는 사람들 앞에서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지은 대죄라고 자백하고 회개하여야 한다.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사건이 터지자마자, 대통령이 "사과"한 이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청와대 앞에 나가서 대통령이 사과한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회개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어서 이화여대 학생회가 학교 정문에 나서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과 시위를 한 것 역시 우리 사회와 교회에 던지는 경고와 책임추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10월 마지막 주일에 한국의 교회들은 일제히 나라를 위한 기도를 드리자고 제안하고 싶다.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자기 주위를 깨끗이 정리하여 다음 정부가 제대로 나라를 이끌어 가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전쟁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서 남과 북의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고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룩하게 되는 날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들도 진리로 거룩함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이다"(요한복음 17장19절). 진리가 우리를 자유하게 하시기 때문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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