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고]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포켓몬 고를?: 즐기다 죽는다

존 스톤스트릿(John Stonestreet)

포켓몬 고
(Photo : ⓒ Pixabay.com)
▲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포켓몬 고 게임

포켓몬 고와 관련하여, 좋은 소식은 사람들이 집안의 TV스크린을 떠나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그들이 밖에 있을 때도 여전히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1985년에 사회비평가 닐 포스트맨(Neal Postman)은 자신의 저서 『즐기다 죽는다』의 서문에서 2개의 반유토피아적 전망, 즉, 조지 오웰의 '1984년'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비교한 적이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 두 전망을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오웰과 헉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유를 잃게 되는지에 대해서 매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웰은 빅 브라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전방위적으로 감시하고 못하는 것이 없이 강력한 국가체제가 사람들의 자유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국가안보국(NSA)과 교통보안청(TSA)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오웰이 무언가를 알고 있기나 한 것 같다.

그러나 포스트맨은 헉슬리가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오웰이 우려했던 것은 책을 금지할 사람들이었던 반면에 헉슬리는 책을 금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웰이 우리에게서 정보를 박탈해갈 사람들을 두려워했다면, 헉슬리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줘서 우리가 결국 수동적이며 이기적인 존재가 되도록 만들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오웰은 진리가 우리의 눈앞에서 가려지는 것을 염려했다. 그러나 헉슬리는 진리가 상대성의 바다에 빠져서 사라져버릴 것을 염려했다. 오웰이 포로의 문화를 우려했다면 헉슬리는 모든 것을 시시하게 만드는 문화를 우려했다. ... 헉슬리가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에서 썼듯이, 시민자유주의자들과 합리주의자들은 독재에 대해 방심 없이 항거하면서도 "인간에게 오락에 대한 거의 무한한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했다."

『1984년』에서 사람들은 고통의 형벌로 통제당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쾌락의 형벌로 통제당했다. 간단히 말하면,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포스트맨은 "내 책은 헉슬리가 제대로 이해했고 오웰은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아마도 포켓몬 고(신비한 생물체를 포획하고 그것과 전투하며 길들이는 게임)만큼 미국문화에 대한 포스트맨의 분석을 입증해줄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포켓몬 고 사용자들이 이미 틴더나 심지어 트위터보다 더 많아졌다.

장점: 이 게임은 사용자들을 집 바깥으로 불러내어 도시, 마을,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찾게 한다. 그들은 전화기의 위치파악시스템(GPS)과 카메라를 동원하기도 한다. 단점: 집 바깥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사용자들은 여전히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도 망각한 채 말이다.

예상하기도 했겠지만, 사건들이 있었다. 이번 주말에 수백 명의 게임자들이 센트럴 파크로 몰리는 바람에 주변 일대가 교통체증을 겪었다. 특히 잘 잡히지 않는 포켓몬이 거기에서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샌디에이고에서 두 사람이 그 게임을 하다가 절벽으로 떨어졌다. 어떤 이들은 칼에 찔리기도 하고 강도를 당하거나 구타를 당하고 심지어 방심한 게임자들은 총을 맞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보안국 대변인이 밝혔듯이, "사람들은 이것이 그저 게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생명을 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게임도 생명을 걸만한 것은 없다."

그러나 닐 포스트맨이 『즐기다 죽는다』에서 던지는 경고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그는 우리의 문화가 시시해져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락에 중독되다 보면 시시하고 무의미하며 감질나는 것들보다 선하고 참되며 아름다운 것을 선호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분별하지 못하게 되면 쉽사리 시시한 문화의 포로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런 우리 문화의 민낯을 보게 되는 사건은 지난 주 알링턴 국립묘지와 홀로코스트 기념관 등 추념을 위한 성스러운 장소에서 포켓몬 고 사용자들이 포켓몬을 찾으러 다니며 분위기를 어지럽힌 일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포스트맨의 예언을 입증한다.

그렇다. 게임은 재미있고 포켓몬 고는 꽤 멋진 게임이다. 그러니 당신의 자녀들이 그 게임을 한다고 놀라지 마라. 그러나 그들이 계속 오락에만 매달리고 있으면 간섭을 해야 한다.

기사출처: http://www.christianpost.com/news/pokemon-go-at-the-holocaust-museum-167026/#xYRGbMShD08hkmVH.99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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