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대 단절과 극복 다룬 영화 ‘여름의 조각들’

폭발적인 부흥을 경험한 40-50대, 교회 내에서는 교인 수 감소를 교회 밖에서는 ‘안티 기독교’를 경험한 20-30대. 현재 한국교회는 어느 때보다도 큰 세대 간격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달 26일 개봉하는 영화 ‘여름의 조각들’은 이런 세대교체의 문제를 다룬다.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카밀 코로, 루이 마조렐 같은 대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며 프랑스에서 한 평생을 보낸 어머니. 한 여름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기념하던 어느 날, 그녀는 생일을 즐기기보다 자신이 죽으면 남아있을 집과 집안의 물건들에 대한 처리 문제로 걱정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큰 아들 프레데릭은 삼남매와 손자, 손녀들의 추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집은 당연히 그대로 보존될 것이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세 남매는 어머니의 집과 유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이견 때문에 충돌하게 된다. 유품을 지키고 싶은 큰 아들 프레데릭, 디자이너로 해외활동이 많은 둘째 아드리엔, 그리고 중국에서 시작할 새 일로 목돈이 필요한 제레미까지. 세 남매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어머니의 유품에 대한 안타까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영화 '여름의 조각들'


영화는 어머니가 남긴 집과 유품들이 후세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조명한다. 프랑스에 정착한 첫째에게 그것은 ‘기필코 보존돼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를 벗어나 해외로 거처를 옮긴 자식들에게 프랑스의 대저택은 ‘아쉽지만 팔아도 괜찮은 것’이다. 손주들에게는 유흥으로 가득한 파티 장소일 뿐이다. 어머니와 멀어질수록 유품이 가지는 의미도 퇴색되는 것이다.

결국 집과 유품은 경매팀에 의해서 팔리게 되는데 그 과정은 물 흐르듯 담담하게 진행된다. 추억이 깃든 고가구가 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보고 첫째 아들 프레데릭은 말한다. “마치 저것이 갇힌 것 같지 않아?”. 제 3자인 아내는 대답한다. “역사잖아.” 이후 두 사람은 과거 얘기가 아닌 자신들의 자녀의 미래에 관한 얘기로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과거를 그저 흘려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흔적이 현재와 미래에까지 그 흔적을 남기고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가정부는 텅 빈 저택을 방문해 아쉬운 듯 과거를 회상한다. 집을 가장 벗어나기 원했던 둘째 딸은 어느 누구보다 어머니를 닮아 예술적 재능을 보이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이어나간다. 손녀딸은 저택에서 친구들과 연 유흥파티에서,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찾아가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떨군다. 그러다 갑자기 친구와 함께 그 집의 담을 넘고, 푸른 초원의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한 세대의 중심이 다른 세대로 교체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사실적인 연출과 대사, 아름다운 영상,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속에 나름의 해답을 담아낸다.

과거는 시간 속에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미래에 부단한 영향을 미친다. 세대 간의 단절을 파헤치다 오히려 그 속에서 세대 간의 소통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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