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 전쟁

DC코믹스의 <배트맨 대 슈퍼맨> VS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batman_01
(Photo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DC코믹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올해 슈퍼 히어로들은 악당과 싸우기보다 집안단속에 바빴다. 3월 선보인 DC코믹스의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은 배트맨의 거센 도전에 진땀을 빼야 했다. 그리고 4월 말 세계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아래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엄청난 완력을 앞세운 싸움을 벌인다.

<배트맨 대 슈퍼맨>과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모티브는 유사하다. 먼저 캡틴 아메리카를 살펴보면, 이 영화는 부제를 말 그대로 ‘시민전쟁'을 뜻하는 시빌워 보다 ‘내부갈등'이 더 적당했다고 본다.

<시빌워>의 얼개를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전작인 <윈터솔져>, 그리고 <어벤져스 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먼저 봐야 한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슈퍼 히어로들(어벤져스)은 가상의 국가 소코비아로 뛰어들어 거대 악당 울트론의 음모를 막아낸다. 영화상 <시빌워>의 출발점은 1991년이지만, 실제 시작지점은 소코비아로 봐도 무방하다.

소코비아 암살단 장교 출신인 제모 남작(다니엘 브륄)은 소코비아 사태에서 가족을 잃는다. 이에 제모 남작은 어벤져스에게 원한을 갖게 되고, ‘윈터솔져' 프로그램을 미끼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내분을 부추긴다.

이제 <배트맨 대 슈퍼맨> 차례다. 영화의 줄거리를 빨리 쫓아가고 싶으면 전작 <맨 오브 스틸>을 보는 편이 좋다. 전작에서 슈퍼맨(헨리 카빌)은 악당 조드 장군(마이클 셰넌)의 지구 정복 음모를 저지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 소유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은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이에 브루스는 슈퍼맨과 겨루기로 마음먹는다.

내적 갈등에 휩싸인 슈퍼히어로

두 영화 모두 막판에 슈퍼히어로들은 화해하지만, 자신들의 ‘영웅적' 활약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다친다는 점 때문에 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악당인 렉스 루서(배트맨 대 슈퍼맨)와 제모 남작(시빌워)은 이런 약점을 공략해 슈퍼히어로들의 내분을 부추긴다.

ironman_01
(Photo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꽤 높은 수위의 주먹다짐을 벌인다.

비슷한 구석이 많지만 구성의 짜임새와 영화적 재미로 따져 볼 때 <시빌워>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벤 애플랙, 제레미 아이언스, 에이미 애덤스가 포진한 <배트맨 대 슈퍼맨>이 근소한 우위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엄청한 힘을 뿜어내며 싸움을 벌이던 슈퍼히어로들이 화해하는 대목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은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반면 <시빌워>는 아이언맨이 왜 그토록 캡틴 아메리카를 제압하기 원했는지 잘 드러낸다. 그리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갈등 과정에서 그동안 의문으로 남았던 ‘아이언맨 /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도 드러낸다.

캡틴 아메리카의 ‘맷집'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캡틴 아메리카는 기술력에서는 아이언맨에게 밀린다. 그러나 적어도 주먹싸움에 관한 한 캡틴 아메리카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이언맨의 반격에 쓰러진 캡틴 아메리카는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곤 아이언맨을 향해 한 마디 툭 던진다.

"하루 종일 싸울수도 있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1편 <퍼스트 어벤져>를 본 이들이라면, 캡틴 아메리카의 대사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 스티브 로저스는 왜소하고 만성 폐렴에 시달리는 약골이었다. 그럼에도 기질은 강인해 뒷골목 건달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도 포기하는 법이 없다. 캡틴 아메리카가 지닌 특유의 강인한 기질은 슈퍼 히어로가 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로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이른바 ‘마블 코믹스 유니버스'를 구축한 모양새다. 올해는 DC코믹스가 <배트맨 대 슈퍼맨>을 내놓으며 마블이 장악한 판을 뒤흔들려 했다. 그러나 DC코믹스의 야심찬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단, 갤 개돗이 연기한 ‘원더우먼'이 꽤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긴 것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