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위안부 협상 "졸속적 밀실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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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6일(수) 정오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는 시민 약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2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열렸다.

8일, 한일 위안부 협상에 복음주의 진영의 교회 연합체에서도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졸속적 밀실 협상 파기하고, 참된 사죄와 용서로 기초된 올바른 재협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성명

"졸속적 밀실 협상 파기하고, 참된 사죄와 용서로 기초된 올바른 재협상을 촉구한다."

우리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최근 한일 정부 간의 위안부 협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그저 외교 당국자 간에 밀실협상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을 유린한 반인륜적 죄악이자 잔혹한 전쟁 범죄의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가해자인 일본은 죄책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온전한 사과를 하여야 하며,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행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합당한 사과와 최소한의 사죄 형식도 갖추지 않았습니다. 또한 법적 배상금이 아니라 하찮은 돈을 기부형식의 위로금 명목으로 전달하는 거짓되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으며, 협상 이후에 보여준 일련의 태도를 보아 진정한 사과의 의도조차 결여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협상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들이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그 분들의 의견이 수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무효입니다.

일본과 합의한 내용들은 주권 국가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굴욕적이고 서투른 합의라는 것이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한국교회연합(한교연) 및·한국교회언론회 등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는 위안부 합의 후 즉각 환영 성명서를 발표한데 대해 우리는 깊은 실망과 큰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앗수르나 바벨론제국 같은 침략자들의 죄악을 책망하고 약자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예언자와 제사장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부당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옹호함으로써 하나님의 공의를 거역하고 공공의 선을 훼손하였습니다.

양국의 협상은 회개와 용서라는 성경의 근본원리에 위배될 뿐 아니라 진정한 화해를 위한 상식적인 조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도 성급히 지지를 표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정치적, 도덕적 균형을 오도하여 복음의 증언을 심각하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들의 성명은 거짓된 화해와 무조건적 정부 지지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 낸 비복음적 행태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 많은 졸속 합의를 하고서도 정부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는 식으로 더욱 여론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억지화해를 강요하는 오만한 태도입니다. 정부는 대등한 주권국가간의 협상이라고 하기에는 상식에 미치지 않는 조건들을 수용함으로써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상처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합의는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한 상호적인 협상이 아니라 명백한 외교적 항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국민이 납득할 수도 없고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합의임으로 오히려 양국 간의 감정적 관계가 악화될 여지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국가의 전쟁 범죄이자, 인권의 문제이며, 인류 전체의 정의와 도덕성과 관련된 세계사적 사안입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단지 한일 간의 외교적 문제로 함부로 처리할 일도 아니며, 두 나라 사이 민족감정의 문제로만 반응할 일도 아닙니다.

이제라도 이번 졸속 한일 위안부 협상을 철회하고 피해자와 양국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공개적인 과정 속에서 다시 만드는 것만이 한일 관계의 진정한 화해를 위한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지구촌에 만연한 온갖 전쟁 범죄와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공동의 원칙을 지켜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1. 정부는 일본과 맺은 부당한 합의를 철회하고 재협상을 할 것을 촉구합니다.

2.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치욕을 안겨 준 외교부는 당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3. 한기총, 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오도한 성명서를 철회하고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편향된 정치적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4. 국민들은 한일 위안부 협상을 인류 공동의 선과 정의와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합의 취소를 요구해야 합니다.

5.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한일 간 온전한 재협상을 통한 진정한 화해를 촉구하여야 합니다.

2016년 1월 8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강경민, 김형국, 박득훈, 이문식, 정현구)

이지수 freedo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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