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평화는 총알이 아니라 만남에서 시작된다

코리나 발츠(Corinna Waltz)

복음주의선교연대(EMS) 의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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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Corinna Waltz/EMS)
▲독일 아놀드샤인에서 12월3일부터 6일까지 개최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국제회의> 참석자들.

독일 아놀드샤인에서 12월3일부터 6일까지 개최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국제회의>에서 헤세 및 나싸우 개신교회협(EKHN)의 부총재인 울리케 셔프 목사는 12월3일(목) 환영사를 통해 "이 장소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미 2004년과 2008년에 두 번의 다른 국제회의가 남북한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EKHN의 접견실인 마르틴-니묄러-하우스에서 열렸던 것이다. EKHN은 또한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북페어에서 남북한 기독교인들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는 남한, 잉글랜드, 캐나다, 스코틀랜드, 독일, 미국, 스위스 등으로부터 60여 명이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단과 함께 초대받았다. 셔프 목사는 "다른 에큐메니칼 단체들과 협력하면서 EKHN은 남한과 북한의 화해 프로세스에 힘을 실어주고 지원하며 동반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비록 북한 대표단이 회의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토론과 발표 시간 내내 북한의 관점이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많은 참석자들은 이미 북한을 한 번 이상 방문해본 경험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캐롤린 브라츠는 북한으로 관광을 다녀왔다. 그녀는 발표 시간에 "북한은 회색빛에다 비만 내리는 곳이 아니었다. 맞다. 북한에도 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여행하는 동안 그녀는 "공식적으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불리는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들이 들어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녀는 "누구도 믿지 마라. 자기 자신조차도. 당신이 정말로 믿고자 하는 것이 실제로 사실인지는 당신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가득 안고 돌아오기는 했지만, 북한을 실제로 방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흑백"의 시선을 넘어서

세계교회협의회 <국제문제교회위원회>의 피터 프루브 국장 또한 북한을 바라볼 때 흑백의 시선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월 한반도에큐메니칼포럼 대표단과 함께 방북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비록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재고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었고 흑백의 그림을 보다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넣을 필요가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서 북한 기독교인들과의 만남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들과의 만남이었다.

에큐메니칼대표단이 방북한 동안에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남한의 기독교교회협의회가 만남을 가졌다. 이 만남을 통해 소위 평양호소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만남의 준비과정을 알고 있던 프루브에게 이 호소문은 바른 길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어쨌든 한국 땅에서 남북한의 기독교인들이 에큐메니칼적인 만남을 가진 것이다. 그는 "북한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평화보다는 전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 평화는 총알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라고 확언했다.

복음주의선교연대(EMS)의 동아시아 연락담당관 루츠 드레셔는 역시 방북 경험을 언급하면서, "평화는 38선 양쪽의 한국민들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바이다. 지금 현재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아마도 현 상황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하도록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양호소문에 담긴 인권 관련 문구에 대해 견해를 밝힌 것이다.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회의 참석자들 모두의 바람이었다.

독일식 모델

독일 튀빙겐대학교의 한운석 교수는 "한반도 통일의 방안과 독일통일의 교훈은 남북한 학자 및 정부 간에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이다. 하지만, 한국민들은 정치적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 독일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해서는 정파를 초월하여 협력해야 한다. 우리가 독일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우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매스터키를 찾고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 이전에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도 통일에 관한 독일식 모델은 논의의 초점이었다. 독일복음주의교회(EKD) <에큐메니칼 섭외 및 해외사역> 국장 페트라 보세-후버 주교는 독일통일 과정에서 반성할 점에 대해 질문을 받자 회의 참석자들에게 "우리는 더 겸손했어야 하며 동독 주민들이 말하고자 한 바에 대해 보다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라고 술회했다. 이 말은 남북한 양측이 명심해야 할 큰 과제이다.

*이 기사는 코리나 발츠 복음주의선교연대(EMS) 의약국장이 WCC Press에 기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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