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눈 감아온 죄악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 시급해”

여성의 시각으로 활발히 목소리 내는 여성 신학자 강호숙 박사 인터뷰 ②

※ 1부에서 이어집니다.

문 :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이 바람 잘 날 없어 보입니다. 교단 신학자로서 어떤 입장이신지요?

kanghosuk_03
(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여성의 시선으로 교단 및 교계 문제에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총신대 강호숙 박사

강호숙 박사(이하 강 박사) : 교단에서는 저를 교단 신학자라고 인정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제가 이 교단에서 40년 넘게 몸담았으니 합동 교단의 신학자인건 분명하겠죠. 합동교단에서 40년 이상 신앙생활과 십여 년을 신학한 후에 강의를 하고 있으면서도, 요즘 들어 이곳이 낯설고 불편한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이곳이 '성경적'인 교단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괜찮은 것 같았었는데, 어느새 타교단보다도 더 부패한 교단이 된 거 같아 안타까워요.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데 말이죠. 

제 판단으로는 기독교 본연의 정신과 복음은 사라지고, 교단조직의 메커니즘만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요.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 게 아니라, '권력', '돈', '명령'으로만 돌아가는 경직된 기계체 같다고나 할까요? 설상가상으로 하나님이 만드신 여성을 남성들의 종속적 존재로 여기면서 여성들의 노동력을 신앙의 이름으로 강요하며, 여성들의 성적 자유나 권리까지도 함부로 다루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거 같아요. 예장합동 교단이 진정 하나님의 영광이 머물기를 바란다면, 성추행, 간통과 강간, 표절, 세습, 재정횡령과 사기 등 눈 감아 온 죄악들을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온갖 미사여구의 말로 장황하게 '개혁'을 외치며 아무리 크고 값비싸다 한들, 깨끗하지 못한 그릇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으시기 때문이죠.

문 : 항간에 신학교 안에서도 성골, 진골, 육두품 등 서열이 있다는 소문을 접했습니다. 현재 총신대 출강 중이신데 실제로 그러하나요?

강 박사 : 성골은 '대형교회 목사 자제', 진골은 '대형교회 장로 자제'라는 말이 돌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그보다 학교 분위기를 말하고 싶어요. 총신대는 신학교임에도 이상하리만치 힘을 중심으로 하는 남성중심의 수직체계가 엄격한 곳이랄까요? 이런 탓에 여성입장에서 발언을 하거나 의견을 제안하는 것조차 철저히 무시됩니다. 그럼에도 "현대사회와 여성", "여성학"을 수강한 학생들이 강의를 통해 '의식이 깨였다'고 고마움을 전할 때, 강의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기독교인의 집단 행동, 기독인으로서 부끄러워 

문 : 지난 달 서울대 역사상 처음으로 성소수자인 재학생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됐습니다. 신학적으로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kanghosuk_04
(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강호숙 박사는 "‘성경적’인 교단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괜찮은 것 같았었는데, 어느새 타교단보다도 더 부패한 교단이 된 거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강 박사 : 한동안 여러 곳에서 '동성애자가 서울대 학생회장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퍼나르는 식이어서 불쾌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카르텔식 소행이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려 도리어 학생회장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뒷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고나니 기독인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저의 신학적 입장을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으로 만드신 성(性)의 목적과 '생육하고 번성하라'라는 명령에 근거하여 볼 때, '이성애'가 옳다고 보기 때문에인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간통, 강간, 성폭력, 성추행 등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유독 성소수자에 대해서 엄청난 저주와 욕설과 정죄, 심지어 폭력까지 일삼는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최고의 율법을 지닌 기독인들이 자신들의 죄에 대해선 지극히 관대하면서, 성소수자들이나 약자들의 죄에 대해선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정죄하는 모습이 더 위선적이기 때문이죠. 동성애자는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정죄부터 하려들지 말고, 치유와 용서, 긍휼과 사랑으로 성소수자들을 품어주는 게 '죄인을 구원하러 오신 우리 주님의 뜻'이 아닐까요?

문 : 신학자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강 박사 : 현재 총신대 석,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여성 후배들이 있어요. 총신에서 학위를 하고 싶다면, 남성들이 연구해 온 분야보다는 성경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 분야에서 여성과 관련된 의미있는 주제들을 연구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칼빈의 주석에서 나타나는 여성관' 연구라든지, 기독교 여성사 연구, 남녀파트너십, 바울의 여성관련 본문에 대한 여성입장에서의 성경해석, 여성과 교회문화 등입니다. 

문 : 끝으로 <베리타스> 독자를 위해 덕담 한 마디 부탁합니다. 

강 박사 : 베리타스는 라틴어로 '진리'라는 뜻이잖아요.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과 신문은 어용이거나 속물이겠죠. 사회적 약자 편에서 진실을 말하며,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기에 <베리타스>는 이 시대에 '진리의 등대'라고 여겨져요. 어둡고 암담한 시대에 '진리의 작은 등대' 가 되어 사람들에게 길을 비춰주고 진리를 외치는 깨어있는 신문이 되기를 바래요.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