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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우상파괴자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사람들은 거대한 것을 멀리서 곧잘 비판하면서도 막상 그 앞에 서면 두려움에 기죽거나 외경심을 느끼는가 보다. 올봄에 자란 민들레 중에서 유독 이 놈만이 거대한 몸집으로 커져 어린 복숭아나무와 견줄 만큼 되었다. 밭의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있는데도 가만히 놔두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너무 큰놈이라 뽑아내기 찜찜하단 얘기가 들려왔다.
오래 전 플로리다 해변에서 유치원생 만한 큰 상어를 한 마리 잡아 집으로 끌고 온 적이 있다. 포를 떠서 말려 먹자는 내 제안에 주변 사람들이 처음엔 좋아라 하다가 점점 뒤로 빼는 인상이 역력했다. 꿈자리가 안 좋다는 이도 있었고 너무 커서 사람 얼굴이 연상된다는 이도 있었다.
큰 것, 높은 것, 깊은 것, 기이한 것, 오래 묵은 것에 종교적인 권위를 부여하여 숭배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왜소한 자의식과 무관치 않다. 우상숭배가 그런 인간 심리의 저변을 파고들면서 자생해온 것도 사실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과학적 계몽주의자를 자처하며 이런 우상을 파괴하는 재미를 들여왔는데 그 기원을 더듬어보니 시카고대학 학생식당에 새겨진 청동독수리상을 짓밟던 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그 고색창연한 건물의 입구 바닥에 새겨진 청동독수리상을 잘못 밟으면 제때에 졸업하지 못한다는 금기적 속설이 유학생사회에 파다하게 퍼져 있던 때였다. 나는 그 얘길 듣고 그 식당에 갈 때마다 일부러 그 독수리상을 잔인하게 짓밟아주곤 했는데 그 우상의 효험은 결국 나타나지 않은 채 나는 보란듯이 6년만에 졸업해주었다.
이때의 추억이 되살아나 심통을 부리고 싶었는지 오늘 나는 밭에 물을 주다가 불현듯 하늘의 계시라도 받은 양 결기가 동하여 담대하게 이 자이언트 민들레를 확 뽑아버리고 말았다. 나이 들면서 거대한 것 앞에 주눅들 때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과학적인 우상 파괴자로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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