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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감정이입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한 지인이 정성껏 쑥을 뜯어 보내줘서 그걸로 뭘 할까 궁리한 끝에 쑥인절미를 만들었다. 이것이 특별히 희귀하거나 이색적인 먹거리가 못되기에 그냥 아침식사용으로 서너 개 급하게 집어 먹어 허기를 '때우는' 식으로 한 이틀 소비해왔다.

그러다 먼 외국에 사는 또 다른 지인에게 쑥인절미는 맛보기 쉽지 않은 귀한 먹거리란 얘길 우연히 듣게 됐다. 거기도 쑥이 있지만 그 향과 맛이 한국산과 다르고 또 그걸로 쑥인절미를 만들어 먹을 환경이 못된다고 했다.
오늘 아침 그 얘길 음미하니 공감의 촉수가 예민해지는 게 쑥인절미로 그저 허기를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심장의 정중앙으로 '모셔들이는' 매너를 갖추게 됐다. 평소 서너 개를 후닥닥 먹다가 오늘 아침엔 여덟 개나 천천히 곱씹으면서 취했다. 필설의 형용이 불가능한 맛이 임재했다.
말을 매개로 언어적 자의식이 활성화되면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의 저변도 확산되고 깊어진다. 나는 감정에 대한 신학적 연구로 3년간 집중해보라는 이 나라 연구재단의 위촉을 받고 2년째 몰두 중이다.
그런데 감정을 인지적으로 연구하는 것보다 그 결과를 감정적으로 전유하고 실천하는 게 더 어렵다. 더구나 감정의 발동과 표현에는 상대가 있어서 쌍방간의 섬세한 조율과 소통을 위해서는 무던한 인내와 명랑한 지혜가 필요하다.
내 모악산 농장 돌담 틈에 고양이 노숙자께서 새끼를 서너 마리 낳아 양육해오고 있다는 걸 이틀 전 알게 됐다. 귀여운 모습에 반가운 감정이 발동하여 축하의 말을 건네며 다가서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미 고양이가 즉각 이빨과 발톱을 무기 삼아 호랑이처럼 포효하면서 내 감정과 정반대의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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