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예장합동 교단에 예수는 있는가?

전병욱 목사 감싸기는 노회·총회의 조직범죄

한 마디로 ‘멘붕’이다. 예장합동 평양노회가 전병욱 목사에 대한 치리에 미온적이었음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길자연 목사를 주축으로 하는 세력이 전 목사를 암암리에 비호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더구나 노회에서 재판국이 꾸려지고, 이어 전 목사를 피고인 신분으로 불러낸 와중에 길 목사 측 인사의 자제가 홍대새교회 부교역자로 간 행태는 허탈감마저 자아내게 한다. 길 목사가 어떤 이유로 전 목사를 감쌌는지는 추가로 규명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길 목사 측과 전 목사 사이에 암암리에 ‘거래’가 오갔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하다. 
이쯤에서 예장합동 노회, 그리고 교단 전체에 묻는다. 당신들은 과연 예수의 제자인가? 일반 사회에서도 사법 기관의 고위 수사관 자제가 사정 대상인 기업이나 단체의 임원으로 가는 일은 상상조차 어렵다. 이런 일이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예장합동, 그리고 해방 이후 전국노회 중에서 총회장을 가장 많이, 다섯 차례나, 배출한 평양노회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어떤 이유로든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13일 평양노회가 열리고 있는 은석교회 앞에서 삼일교회 성도들과 전병욱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원회(이하 공대위)가 전병욱 목사의 징계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 ⓒ사진=지유석 기자

예장합동 교단은 ‘장자교단’이라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런데 왜 예장합동이 장자교단인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가장 모범적으로 감당해서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이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저지른 일들은 빛과 소금의 역할과 거리가 멀었다. 다른 목회자의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한국 교회 차세대 목회자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전병욱 목사의 추악한 성범죄, 그리고 이를 감싸는 노회와 총회의 행태는 과연 예장합동 교단이 ‘장자’임을 주장할 자격이라도 있는지 의심케 했다. 
‘장자교단’ 예장합동의 허상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왜 예장합동 교단이 장자교단인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보다, 교단 소속 교회와 신도수가 많고, 특히 유력인사들이 많아서 공연히 장자교단이라는 특권의식이 생긴 건 아닐까? 부자가 교회에 나오지 말고, 또 나와도 교회에 크고 작은 공여를 하지 말라는 저지조항은 없다. 오히려 이들의 교회 출석과 기여는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기여분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이들이 마치 주인인양 행세하고, 목회자들이 그들을 주인으로 떠받드는 일은 분명 교회의 존립근거를 해치는 심각한 현상이다. 
예수는 자기를 따르기 원하는 부자청년에게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 오너라”(마태복음 19:21, 공동번역)라고 했다. 과연 예장합동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교회에 출석하는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이 같은 예수의 말씀을 선포했을까? 
무엇보다 평양노회는 전 목사 재판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일, 그리고 현 평양노회 서기의 자제가 전 목사 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홍대새교회 부교역자로 부임한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특히 홍대새교회 부교역자 청빙건은 노회 재판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조직범죄다. 
예장합동 총회 역시 교회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설파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워나가는 예수의 몸이지 ‘덕’을 세우는 기관이 아니다. 교단 총회장이 ‘덕’ 운운하며 전 목사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은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서도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현 정부의 태도나 하등 다를 바 없다. 덕을 세우고 싶다면, 목사직 내려놓고 유학(儒學)을 배우는데 정진하면 될 일이다. ‘덕’ 운운하며 사회 법정에서도 심각하게 다루는 상습적인 성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총회장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로마 교회의 우월권을 인정해왔다. 로마 교회의 우월권을 인정한 애초 취지는 힘과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로마 교회가 세속 권력으로부터 가혹한 박해에 시달렸고, 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이었다. 현재 가톨릭 주교가 쓰는 붉은 색 모자는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예장합동 교단 목회자들이 장자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초대 로마 교회 주교들처럼 하나님 나라의 공의를 이 땅에 실현하고자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십자가를 짊어지려 했던가? 오히려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듣고 풀이 죽어 떠나간” 부자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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