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가난한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진짜 권위”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2015종교포럼에서 밝혀

▲지난 3월28일(토)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2015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 ⓒ사진=지유석 기자

교회의 권위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이런 고민은 구교-신교를 아우르는 교회사 전반에 일관되게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대해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자 <가톨릭 프레스> 발행인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봉사”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김 소장의 발언은 지난 4월25일(토)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2015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이하 포럼)에서 나왔다.  
김 소장은 먼저 가톨릭교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의 근원부터 짚어냈다. 김 소장은 가톨릭의 권위주의가 크게 “가톨릭교회 밖에 구원은 없다”는 교회 권위주의와 “가톨릭교회의 핵심은 성직자”라는 성직자 권위주의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교회 권위주의는 “예수가 가톨릭교회를 세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같은 권위주의는 18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한 성서신학의 도전을 받게 된다. 김 소장은 성서신학의 연구 성과에 대해 “예수는 교회를 세우지 않았다. 예수는 교황 제도를 제정한 적 없다. 이런 이해는 이제 가톨릭에서도 상식이 되었다. 예수는 가톨릭교회를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예수 정신을 받들고 이으려고 가톨릭교회를 세웠다”고 요약했다.   
교회 권위주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계기로 금가기 시작 
이 같은 성과에도 가톨릭의 권위주의는 오랜 기간 지속됐다. 가톨릭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인간평등, 종교의 자유,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완고함은 교황 요한 23세가 소집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하 공의회)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은 25일(토)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2015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진짜 권위”라고 강조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교황 요한 23세는 공의회 개막연설을 통해 “저 답답한 창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가 교회로 들어오게 하라”고 했다. 교황의 연설은 수많은 개혁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실제 공의회에서는 “하느님이 원하는 교회는 곧 가톨릭교회‘이다’가 아니라 가톨릭교회 ‘안에서 실현된다’”라는 선언이 이뤄졌다. 이 선언은 획기적이다. “교회를 가톨릭교회와 동일시하지 않으며, 다른 교회도 하느님이 원하는 교회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 “이것으로 개신교의 신학적 가치는 가톨릭에 의해 인정되었고, 가톨릭의 자만심은 한풀 꺾였다. 이것은 교회 역사에서 혁명적 선언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대화는 논리적 근거와 힘을 얻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가톨릭교회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개혁 움직임이 활발하다. 먼저 지난 2000년 교황 요한바오로2세는 갈릴레이 등에 대한 이단 심문, 십자군 원정, 유태인 차별, 다른 종교와의 반목, 여성 억압, 기독교의 분열 등 교회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용서를 구했다. 한편, 보다 근본적인 개혁의 동력을 남미에서 얻었다. 김 소장은 “남미 주교회의는 1968년 메델린 문헌, 1979년 푸레블라 문헌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제2차 공의회정신에서 더 진전된 선언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교황 프란치스코는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표현으로 제2차 공의회정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가톨릭, 가난한 민중과 동떨어져 
한국 가톨릭은 어떨까? 김 소장은 “200년 전 선교 초기의 순교자들의 순교, 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일부 사제와 신자들의 공헌을 제외하면, 한국천주교회 역사는 대부분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나 고통과 별로 관계없는 길을 걸어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그 원인을 성직자 그룹의 보수화에서 찾았다. 김 소장은 “한민족 역사에서 가톨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다. 그런 역사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평신도들은 교회 조직보다 성서공부를 통해 하느님을 먼저 만났다. 조선의 신분차별에 저항하는 순교자교회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들이 천주교회의 주도권을 쥐고 보수적 성직자교회로 탈바꿈시켰다. 일제 강점기, 해방 공간 등 이후 역사에서 그 흐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냉대, 일제 식민지 시절 친일행위, 해방공간에서 미군정에 대한 협조, 유신시절 이후 군사정권과의 밀월 등 한국천주교회의 어두운 역사는 아직도 제대로 처리되고 있지 못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소장은 끝으로 교회의 궁극적인 권위를 ‘가난한 사람에 대한 봉사’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가난한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진짜 권위다. 자신을 최고로 내세우는 가짜 권위주의를 버리고 고통 받는 사람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진짜 권위주의”라면서 “가톨릭교회가 최고라는 교회권위주의, 성직자가 최고라는 성직자 권위주의를 얼른 버려야 한다. 이웃 종교, 평신도를 존중할 뿐 아니라 가장 먼저 가난한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가 잘못된 권위주의를 버리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을 존중하고 편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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