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 리뷰] 과학과 종교는 대척점에 있는가?

알리스터 맥그래스,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박규태 역 (새물결플러스, 2013)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겉 표지.
과학의 발달은 기독교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종교개혁 이전 가톨릭교회는 종교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과학을 탄압했다. 이탈리아의 사제 조르다노 부르노가 “태양은 무한한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항성”이라는, 지금 시각에선 너무나 당연한 주장을 했다가 산 채로 화형당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특히 두 차례의 파국적인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과학은 절대 지존의 지위를 차지했고, 이 와중에 기독교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그러나 늘 의문은 남는다. “과학과 종교는 대척점에 있는가?”하는 의문 말이다.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과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 같은 질문에 분명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은 이 세상의 이치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의 책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는 그의 견해를 압축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적대적으로 보이는 과학과 종교가 단지 각자 다른 영역에 속해 있음을 지적해준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저자는 과학과 신앙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준다. 과학이 실재에 대한 최적의 설명을 제시해준다면 기독교 신앙은 보다 본연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탁월함은 과학의 절대성을 주장하며 무신론을 펼치는 논객들의 논리적 허점을 꼬집는 대목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의 변증가로서의 면모가 빛을 발한다.   
오류투성이의 무신론  
저자는 이런 주장들을 ‘새로운 무신론’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리처드 도킨스와 대니얼 대닛을 대표주자로 지목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로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맥그래스에 따르면, 도킨스류의 무신론은 종교를 “우연이 생겨난 부산물”이라든지 혹은 “뭔가 쓸모 있는 것이 잘못 발사된 것” 따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긴다.   
저자는 이런 무신론들이 전제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도킨스류의 무신론은 과학과 종교가 전쟁상태에 있다는 전제를 견지하고 있는데, 이 전제는 현대 학문과 심각한 부조화를 빚는다는 것이다.   
“과학과 종교가 영원히 전투상태에 있다는 생각은 19세기 말에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이는 주로 사회학적 이유 때문이었다. 대중 매체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전투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역사 속에서 과학과 종교가 주고받은 상호작용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학계에서는 이런 생각이 지지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도킨스는 지금도 확고부동하게 이 진부한 전쟁 모델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도킨스가 아주 어리석고 도저히 변호해줄 수 없는 몇몇 판단에 이른 것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이다.” (본문 73~74쪽)  
기독교 신앙의 역할은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틈새를 메우는 데 한정돼 있지 않다. 인간은 본연적으로 진리를 탐구하려는 욕망을 지닌 존재다. 과학은 치밀한 데이터를 통해 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기독교 신앙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님의 존재는 과학적 데이터를 초월한다.     
“하나님은 세계의 틈새들과 외진 구석에서 발견되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주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이다. 오직 그분만이 어떤 것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실 수 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실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은 자연을 바라보는 대안을 제공하며 때로는 과장된 과학적 방법에 도전장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과학적인 것이든 신학적인 것이든 기독교 신앙은 그것을 인간의 진리 추구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보고 기꺼이 받아들인다.” (본문 110쪽)  
과학에 문외한이라고 해서 이 책을 어렵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문장은 간결한데다 논지도 분명해 이해하기 쉽다. 번역도 매끄럽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과학 이론을 쉽게 풀이해 문외한에겐 오히려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과 과학이 전혀 대립적이지 않음을 쉽게 이해시켜준다.   
한국 사회에선 종종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이 고개를 든다. 이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화론은 믿을 수 없으니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 우스꽝스럽다. 진화론은 어디까지나 생태계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즉, 믿음의 대상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신빙성 부족이 곧장 종교적 교의의 절대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저자인 맥그래스가 규정한 신학과 과학의 영역에 대한 고찰은 음미할 가치가 충분하다. 
“과학과 신학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과학의 경우에는 사물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무슨 과정을 거쳐 생겨나는지를 묻는다. 신학의 경우는 사물이 왜 —무슨 목적으로?— 생겨나는지 묻는다.” (본문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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