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후폭풍

한국, 공안몰이보다 국익 지킬 전략 마련해야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의 여파가 거세다. 리퍼트 대사는 3월10일(화) 오후 퇴원했다. 리퍼트 대사는 퇴원하면서 한국말로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바람이 현실화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상황은 점점 진흙탕이 되어 가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폭력행위(violence behavior),’ 혹은 ‘공격(attack)’이란 낱말을 쓰며 비교적 덤덤하게 반응했다. CNN이 리퍼트 대사 피습소식을 서울발로 타전하면서 “서울 같은 주요 도시에서 외교사절이 피습을 당한 일은 이례적”이라고 전한 것이 전부다. 미국 외교의 담당부처인 국무부 역시 ‘폭력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또 한미동맹을 의식한 듯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목) “한미 동맹은 강력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별스런 상황이 연출됐다. 70대 노인이 문병 차 방문해 개고기를 전달하는가하면, 정체마저 의심스러운 합동한성총회라는 기독교 교단이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난타‧발레 공연을 펼쳤다. 이 교단 소속 신도와 목사들은 미 대사관 건너편 세종문화회관에서 쾌유를 기원하면서 대사관에 큰절을 하기도 했다.    
정치권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치권은 일제히 이번 사건을 강력히 성토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종북테러’로 규정하면서, ‘종북숙주’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야당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당 일각에선 고고도미사일시스템(THAAD, 사드) 배치 및 테러방지법 도입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나섰다. 한미 양국의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혼란스럽다. 이 대목에서 문득 자국 대사가 피습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사뭇 궁금증이 생긴다. 
미국이 ‘테러’라는 단어 사용에 신중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이 ‘테러’라고 규정하는 순간, 보복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테러’로 규정한다면 이 사건을 벌인 세력들을 상대로 소탕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동과 달리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력이란 지렛대를 함부로 행사할 수 없는 처지다. 만에 하나 한국의 정부여당이나 공안당국의 주장대로 북한과 연계된 세력이 실제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고 해도 그렇다. 미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했을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안보상황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패권의 딜레마 
사실 미국은 리퍼트 대사 피습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도 군사력 사용을 자제했다. 지난 1976년 8월 판문점에서 벌어진 도끼 살인사건이 그 예다.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에서 북한군과 미군이 미루나무를 두고 시비를 벌인데서 발생한 이 사건은 한반도 일대에 일촉즉발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사건으로 아서 보니파스 대위, 마크 배럿 중위 등 미군 장교 두 명이 북한군의 도끼에 맞아 살해됐고, 이에 격분한 미국은 한국 해역에 항공모함 미드웨이 호를 급파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위기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미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민감성을 고려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미국은 또 한국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의 공안 드라이브가 자칫 반미 감정을 부채질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드 배치 논의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의제다. 당장 북한은 물론, 중국마저 자극할 수 있어서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는 경호 관계자에 대한 엄중 문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기종이라는 위험인물이 아무런 제지 없이 주한 미 대사에게 접근해 위해를 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경호 책임자의 엄중 문책은 어떤 조치에 우선한다.   
한편 정부는 역량을 총 동원해 향후 대미 관계에서 협상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분명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악재 중의 악재다. 미국은 분명 이 사건을 지렛대 삼아 공세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같은 공세를 차단할 전략을 세우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   
부질없는 공안몰이에 몰두하다 정작 중요한 국익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냉정하게 우선순위를 정해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 한미동맹을 한 단계 성숙시키고 강화시키는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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