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폭력 피해자, 치욕으로부터 은혜의 자리로

저스틴 S. 홀컴, 린지 A. 홀컴, 『디스그레이스, 디스를 벗다』 (홍성사, 2014)

▲『디스그레이스, 디스를 벗다』 겉 표지.
저스틴 S. 홀컴과 린지 A. 홀컴 부부가 저술한 『디스그레이스, 디스를 벗다』(홍성사, 2014)는 저자들이 성폭력 상담을 오랫동안 해온 목회 경험과 학문적 바탕 위에서 “예수가 우리를 대속한 사건만이 받아들이기 힘든 그 사건에 대한 무수한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그들은 상담 중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경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했고 또 복음 안에서 삶이 회복되기를 바랐던 것을 근거로 성폭력과 관련된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정보를 최근의 통계와 함께 엮어서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여성 4명 중 한 명, 남성 6명 중 한 명이 성폭력을 당하는 세상 속에서 정작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해 희망과 도움을 줄 만한 책이 없었던 현실에 대한 응답이다. 기성세대는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피해자들은 침묵하고 있으며 훈련받지 못한 교계 지도자들은 피해자들의 상황이나 상담요청에 지혜롭게 대처하지도 못하는 현재의 형편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기독교계 지도자들로 하여금 성폭력 피해자를 도울 준비를 하도록 돕는 지침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숨죽여 눈물만 흘리던 이들이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한 순간,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다면 도움을 주기는커녕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상처를 직시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한 희망의 손길을 부여잡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독자들은 ‘무엇이 성폭력인가? 성경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성폭력 경험은 피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몸소 인간 세상에 오시어 모진 학대를 당한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위로와 소망을 주시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성폭력의 한 가지 정의를 예로 들어보자. 
성폭력은 샬롬을 깨부수는 행위다. 피해자가 자신을 판단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며 그들이 관계 맺고 있는 영역에서의 사람들과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폭력이라는 개념은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성경은 말한다. 성폭력은 성을 힘과 통제의 무기로 사용해 다른 이를 괴롭히는 것이다. 성이란 우리가 번성하고 다스리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놀랍게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시기 위한 바로 그 수단이 이제는 하나님의 형상을 해치는 도구로 변신해 버린 것이다. (224쪽)  
이러한 정의에서 보듯이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피해자들이 죄와 상처를 직시할 용기를 얻고 기억하기조차 싫은 수치와 치욕(disgrace)으로부터 은혜(grace)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경 말씀으로부터 안내 지침을 제시한다: “복음의 메시지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았던 수치스러운 삶을 은혜로 인도할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을 발췌한 것을 아래에 제시한다. 
"성폭력 사건으로 인한 감정이 일어날 때, 현실을 직시하고 정직해질수록 나에게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아파하고 슬퍼할 권리가 있으며, 하나님께서 고통 가운데 있는 우리를 긍휼히 여기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62쪽)  
"하나님은 우리를 향해 늘 긍휼하시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과 그로 인한 결과를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내려놓고 부르짖으러 나아가면 된다. 성경에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 분의 은혜와 구원하심을 기대하며 부르짖은 이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64쪽)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하나님께 담대히 나아가 그분의 은혜와 자비를 구할 특권을 얻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와 부르짖음을 거리를 두고 모르는 척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긍휼을 베푸신다. 히브리서 4장 14-16절은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라고 한다. ...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와 자비를 주시며 즐거이 응답하신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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