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현실과 영화 사이, 메울 수 없는 괴리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한 장면 ⓒ스틸컷

영화와 현실 사이엔 언제나 메울 수 없는 괴리가 존재한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 중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특히나 영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깊어 보이게 한다. 

영화의 완성도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다. 주인공인 시저와 코바를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유인원들의 동작은 실제 유인원들을 훈련시켜 출연시킨 듯 생동감 넘친다. 골룸, 킹콩으로 모션 캡쳐 연기의 새지평을 연 앤디 서키스는 더욱 농익은 연기로 시저 역을 소화해 낸다. 
영화의 메시지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가까운 미래, 시미안 바이러스가 창궐해 극소수의 인류만 살아남는다. 인간은 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얻고자 댐으로 가던 중 유인원들과 마주친다. 
누구나 실체를 모르는 대상과 만나면 두려움이 들기 마련이다. 인간들은 유인원들을 보자 두려움에 떤다. 유인원들 역시 멸종한 줄만 알았던 인간을 보자 어쩔 줄 모른다. 인간과 유인원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바로 이때 시저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시저는 인간이 절박한 처지에 있음을 알고 이들의 발길을 허락한다. 이러자 부하 코바는 강력히 반발한다. 코바는 한때 인간의 실험대상었고, 그래서 인간들이 못마땅하다. 그러나 시저는 코바의 반발을 힘으로 누른다. 
한편 댐 재가동에 나선 인간들은 순조롭게 일을 마무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시저는 총기를 버리는 조건으로 말콤을 리더로 한 일행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팀원 중 한 명이 합의 사항을 어긴 것이다. 
시저는 불같이 화를 낸다. 그러면서 말콤에게 ‘신뢰’를 강조한다. 말콤은 시저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고개를 떨군다. 말콤과 시저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런 긴장감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 놓은 간극의 축약판이다. 그러나 두 주인공은 신뢰를 쌓으며 둘 사이에 놓은 긴장을 좁히려 애쓴다. 두 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의 미묘한 변화는 보는 이들의 내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상생 깬 주범이 상생을 말하다?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한 장면 ⓒ스틸컷

영화는 코바가 시저를 제거하고 인간들과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코바는 시저가 자신을 묵살한데 앙심을 품고 그에게 총을 겨눈다. 이어 유인원들을 규합해 인간들을 습격한다. 코바는 이때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유인원들을 가혹하게 다룬다. 그리고 인간들을 닥치는 대로 사살한다. 이후 펼쳐지는 양상은 공포정치 그 자체다. 
말콤과 시저 사이의 긴장, 그리고 코바의 쿠데타는 평화공존 노력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음을 여실히 폭로한다. 시저가 말콤을 지그시 끌어안고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사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가 그리는 이야기는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 삶 그 자체다.  
기술적 완성도나 이야기의 감수성은 훌륭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되는 과정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영화는 원래 예정된 개봉일에서 몇일 앞당겨 국내 소개됐다. 이로 인해 중소 영화사 측은 같은 날 영화 개봉을 준비했다가 상영관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마케팅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의 국내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미국 개봉일정과 맞추려 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영화의 변칙개봉은 시장을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가 관철됐다는 설명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협회)가 내놓은 성명은 이런 설명에 설득력을 실어줬다. 
협회는 “영화는 제작에서 상영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어가는 작업이며,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들여 개봉일정을 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원만한 배급질서를 마련하기 위한 관행을 이어오고 있으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급작스런 개봉변경은 영화계의 상도의에 맞지 않는 것으로서 영화시장의 기본질서를 크게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받을 피해는 심각하다”며 변칙개봉에 강력히 반발했다. 
신뢰와 공존, 그리고 상생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가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불신을 가중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은 영화와 현실 사이에 놓인 괴리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생생히 드러내준다. 그래서인지 “평화는 깨졌다”는 포스터 속 카피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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