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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
그러나 그의 애제자 Arthur Droge 교수의 과목에서 그를 한 시간 초청하여 특강을 요청했을 때 딱 한번 교실에서 그를 만나 그의 강의를 청취한 기억이 난다. 그는 작고 단아한 체구에 조분조분 말을 했고, 이후 읽은 그의 책에 드러난 문체도 간결하고 명징하게 요점을 찝어내는 스타일로 그의 어법을 닮아 있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 교과서적 요약처럼 보였고 거기서 범생이 체질이 연상되어 썩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신약성서와 초기(고대)기독교 역사를 연속선상에서 유기체적 관계 속에 연구한 매우 드문 이 방면의 대가였다.
이번 부음을 접하면서 내가 처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독일 잠수함 U-boats에 대한 국제적인 권위자로 이 방면에 몇 권의 저서를 남겼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와 초기기독교 역사에서 독일 잠수함 U-boats의 까마득해 보이는 그 거리를 연계시킨 고리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부음의 한 귀퉁이 관심사가 내 삶의 자리에 직접 투사된다.
어제 20년 넘게 방치된 폐가 인근의 숲을 뚫고 길을 냈다. 가시덤불과 등나무 덩굴이 빽빽하게 들어 찬 그곳은 밀림의 분위기를 연상시켜줄 만큼 음습했다. 독사 따위의 해로운 야생동물을 경계하면서 낫질과 가위질을 하던 내내 긴장감이 팽배했고, 몇 시간의 노가다 산역을 마치고 나니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은 거의 탈진이 되었다.
그럼 밀림 전문가로 변신을 해볼 수 있을까. 아니, 그동안 쌓아온 이력을 살려 공부를 더 해서 투어 가이드로 나서는 게 좀더 적성에 맞지 않을까. 책을 쓰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면 그동안 투여해온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영화에 대한 주제를 더욱 심층 탐구하는 것은 어떨지...
96세의 긴 세월을 살다간 노학자의 부음이 만든 심리적 파문 속에 고요한 징후를 느낀다. 가족들끼리 조용히 장례식을 치를 모양이다. 그를 학문적으로 기리는 기념행사는 9월에나 개최할 예정이란다.
나도 아무도 모르게 고요한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