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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
꽤 오래 전 일반 맥주전문점과 달리 평범한 구멍가게에서 맥주를 팔면서 갑오징어를 비롯해 푸짐한 안주를 제공하여 인기를 끈 상점이 한두 군데 있었다. 지금은 비싼 물가로 원조 가맥집의 명망과 서비스가 옛날과 달라졌지만 그 이름을 차용한 가맥집은 점점 더 늘어나 골목의 점포들을 장악해가는 추세다.
오늘 내가 이 다갈로가맥이란 간판에 주목한 것은 이 공간에 깃든 장소성의 추억 때문이었다. 이 점포는 몇 년 전 국수집이었다. (그 전에 또 무슨 '집'이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두 번 가본 그 국수집은 푸짐한 양에 넉넉한 인심을 담아냈지만 맛의 질적 수준은 평균치였던 것 같다.
번창을 비는 내 축원조 예언이 시원찮았음인지 이내 그 국수집은 사라지고 대략 2~3년 전부터 조개구이집이 성업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번 들러봐야지 맘속으로만 별렀지 결국 그 조개맛의 희망은 불발된 채 오늘 다갈로가맥이란 새로운 간판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 가게뿐 아니라 우리 동네 소점포들 상당수가 내가 이 동네 들어와 산 지난 15년 동안 그 간판을 두세 번 또는 그 이상 바꿔 달았다. 그 중에 식당이 많았지만 문방구와 다른 잡화 업종도 있었다.
식당 중에는 내가 가서 시식하고 장수를 예언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 곳은 그럭저럭 지속해 영업을 했지만 내 요사스런 혀의 미각에 실망을 안겨 불만어린 투정을 유발한 곳은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팔아도 지속 가능한 맛의 일관성과 신뢰 어린 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골목경기의 부침과 흥망성쇠 속에 단 한 번도 경기가 부쩍 회복되어 소점포의 주인들 얼굴이 활짝 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엠에프 사태 직전 몇 년간 방만한 돈풀기 정책 때 잠시 환각에 빠진 것 말고는 이후로 간신히 생존의 철봉대 위에 턱걸이해왔을 뿐이다.
우리 학교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계속 줄어드는 신입생 정원으로 허리띠를 조여야 한다는 말만 무수히 들었을 뿐, 그 허리띠를 풀라는 메시지는 아직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골목에서 근근히 먹고사는 서민들의 체감되는 일상이 이러하니 이제 당국은 경기 회복의 칼자루를 휘둘러 더이상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물결을 두고 경기 회복에 찬물 운운하며 브레이크를 걸려는 시도가 진짜 경기를 몸으로 느끼며 골목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을 좀 진중하게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경제성장률의 수치를 놓고 주판알 튕기며 번드르르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서 변덕스런 정책을 발표하고 그 문서의 희망을 선전하는 것이 고위직 관료의 일상이라면, 현재 점포의 간판을 내일도 유지할 수 있을지 가슴 쓸어내리는 것이 골목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딱한 일상이다.
*Ps. 그런데 '다갈로'란 말은 무슨 뜻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