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소장 강병오 교수)는 6월 5일 오후 서울신대 백주년기념관 413호에서 제8차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원규 석좌교수가 “한국사회의 도시화와 한국교회”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도시의 문제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 시대에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공동체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참된 정체성을 확립”하여 “그 역량을 사회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의 허락을 받아 아래에 그 발표문을 3회에 걸쳐 전재한다.
1.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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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규 실천신대 석좌교수. ⓒ베리타스 DB |
세계적으로 아직 대부분의 인구가 농촌에 살며 농업이 지배적인 산업 구조인 사회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처럼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도시산업사회라고 부른다. 이것은 인구의 다수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가 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구조가 1차 산업(농림어업) 중심에서 2차 산업(광공업, 제조업), 그리고 이어서 3차 산업(사회간접자본 및 서비스업) 중심으로 옮겨가는 산업화(industrialization) 과정은 불가피하게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동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여 도시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도시화(urbanization)라고 부른다.
과학 기술의 발달, 지식의 발달, 사고 구조의 합리화, 기능의 분화와 일의 전문화, 인구의 폭증 따위의 제반 현상과 맞물려 이루어지는 산업화와 도시화는 정치구조, 경제체제, 교육과 가족제도, 종교제도, 그리고 가치와 규범과 같은 신념체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쳐 사람들의 태도와 행위,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인간관계와 사회관계를 결정짓는다. 한국은 빠르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었으며, 그 변화는 오늘날 한국의 도시와 농촌 모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는 모든 제도 영역에서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종교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그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한편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강의에서는 한국교회의 도시화와 한국교회의 관계에 대하여 논의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도시사회의 특징과 문제점에 대하여 알아볼 것이고, 다음에는 이러한 상황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도시사회에서의 한국교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2. 도시화의 개념과 이론
정확하게 말하면 도시의 역사는 길다. 이미 수천 년 전에도 도시라는 것이 존재했다. 역사적으로 도시화는 시기에 따라 네 형태로 구분되고 있다. 첫째는, 기원전 3500년 이전의 민속사회(folk society)이다. 민속사회는 규모가 작고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자급자족 집단이지만, 나름대로 작은 도시를 형성했다. 둘째는, 전 산업(pre-industrial) 혹은 봉건적 정착기(기원전 3500년-기원 1750년)이다. 도시생활에 필요한 문자, 통치구조, 생산체계, 관료제, 기술 등이 발달하게 된 이 시기에 사람들은 규모나 인구밀도에 있어 실질적인 도시를 이루어 살았다. 셋째는, 산업도시(1750-1900년)이다.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산업도시가 이루어졌고, 이것은 근대도시라고도 불린다. 여기서는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넷째는 거대도시(1900-현재)이다. 요즈음 우리가 도시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사회를 뜻하는 것이다.
도시사회의 특징은 상업적, 공업적, 그리고 서비스 직업들이 지배적이고, 노동이 극도로 분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복잡성이 있고, 이에 수반되어 인구밀도가 매우 조밀하게 되어 협동과 사회통제가 혈족 이외의 것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화는 인구의 도시집중뿐만 아니라 개인생활과 사회제도 및 조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도시화는 산업화나 근대화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산업화는 산업구조와 기술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산업화 전 단계의 주종을 이루는 1차 산업이 2차, 3차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동시에 기계의 사용이나 새로운 에너지원의 사용 등의 기술적 변화를 수반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산관계와 생산양식의 변화, 생산단위의 확대가 나타나고,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개인의 가치규범과 생활양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화로 인한 사회조직과 제도의 변화과정은 곧 산업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도시화가 인구와 지역성과 관계된 개념이라면 산업화는 기술과 산업구조와 관계가 있는 개념이다. 서구에서는 산업화가 도시화를 유도하였으나 두 변화는 거의 동시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제3세계에서는 산업화보다 도시화가 먼저 일어나 과잉도시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한편 근대화란 보다 넓은 개념으로 개인의 가치체계와 산업화에 따른 경제, 사회, 정치 제도의 합리적 변천과정을 말한다. 근대화 역시 상당 부분 산업화와 도시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지역과 인구의 개념을 기초로 할 필요가 없다.
도시문화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다섯 가지 형태의 이론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첫째는, 도시를 생태적 공동체로 보는 관점이다. 여기서는 도시의 성장과정과 도시의 환경적 변화에 인간이 적응해 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둘째는, 문화형태로서의 도시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관계를 인구학적 특성(인구의 크기, 밀도, 동질성)과 문화적 변화를 중심으로 파악한다. 셋째는, 도시를 사회공간체계로 보는 접근방법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전제가 있는데, 하나는 원래 공간은 불균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균등이 분포되는 방식은 사회적 과정에 의존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 과정은 도시의 다른 경쟁집단과의 경쟁과 갈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도시를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인데, 여기서는 도시성(urbanism) 개념과 도시 문제에 대한 설명은 부르주아지의 계급이해를 반영하거나 거기에 종속된 것이라고 본다. 다섯째는, 도시를 집합적 소비단위로서 접근하는 방식인데, 여기서는 도시가 자본축적의 과정을 표현하며, 자본축적을 쉽게 하는 공간적인 형태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3. 도시화의 실태와 원인
먼저 우리나라의 도시화 추세에 대하여 알아본다. 관례상 도시 인구로 계산되는 동부(洞部 혹은 市部) 인구는 1960년에는 28.0%에 불과했으나, 그 비율은 1970년 41.2%, 1980년 57.3%, 1990년 74.4%, 2000년 79.7%로 꾸준히 늘어나서 2010년에는 80.9%에 이르고 있다. 이제 인구 다섯 명당 네 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엄청난 인구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도시화의 다른 특징은 인구가 대도시 혹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12년 현재 서울 인구는 99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9%이다. 특히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인구는 전체 인구의 49.4%로 절반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 인구 비율 역시 1980년의 35.5%, 1990년의 42.8%, 2000년의 46.3%, 2012년의 49.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편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7대 도시 인구를 합치면 2012년 전체 인구의 45.6%나 된다.
인구의 대도시 집중은 제3세계 도시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것을 우리는 과잉도시화 혹은 도시종주성(urban primacy)이라고 부른다. 서구의 도시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산업화와 함께 진행된 데 비해 제3세계에서는 단기간에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도시인구의 증가는 자연적인 인구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농에 의한 것이다. 이농인구의 이동 대상 지역은 일부 대도시로 집중되면서 과잉도시화, 종주도시화가 나타나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와 다른 제3세계 사이에 도시화 과정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서구 모델과 비슷하게 산업화 과정과 도시화 과정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지만, 다른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도시화부터 생겨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인구의 급증은 인구의 자연증가에 의해서보다는 주로 순 인구 이동, 즉 이농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이농의 원인은 크게 농촌사회에서 농촌 인구를 도시로 밀어내는 배출요인(push factor)과 도시사회에서 농촌 인구를 도시로 끌어들이는 흡인요인(pull factor)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배출요인으로는 무엇보다 토지에 대한 인구 압력의 증대와 농촌사회의 피폐화를 들 수 있다. 토지에 대한 인구 압력의 증대란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에서는 농촌 인구가 증가할수록 부담이 커져서 농사를 지을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농촌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사회의 피폐화이다.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은 농촌경제를 몰락시켰다. 즉, 농촌사회는 정부 주도의 저농산물 가격정책, 농산물 대량수입정책, 과다한 농업경영비 지출, 농산물의 불합리한 유통구조, 농촌 땅 투기 등으로 인해 경제적 조건이 열악해져서 많은 인구, 특히 젊은 층으로 하여금 농촌을 떠나가게 만들었다. 물론 농촌 젊은이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대욕구가 상승하여 도시로의 진출을 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혹은 자녀를 도시로 보내 지위 상승이나 경제적 성공을 기대하는 농촌거주 부모의 뜻에 따라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기도 한다.
도시화를 유발하는 흡인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산업화 과정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 이래로 7차에 걸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성장을 극대화시키려고 해왔다. 정부 주도형, 수출지향적 성장형, 대외 의존형, 공업 위주형, 대기업 육성형 경제정책은 다분히 도시편중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도시중심으로 이루어진 2차, 3차 산업의 발달은 많은 새로운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도시는 농촌인구를 끌어들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농림어업(1차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의 비율은 1970년에는 50.4%였으나 1980년의 34.0%, 1990년의 17.7%, 2000년의 10.9%, 2012년의 6.4%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크게 줄어들었다. 반대로 3차 산업의 비중은 1970년 35.3%, 1980년 43.5%, 1990년 54.5%, 2000년 68.9%, 2012년에는 81.3%로 가파르게 증가되었다. 결국 대다수 인구가 2차, 3차 산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도시화는 가속화된 것이다. 도시화의 다른 흡입요인으로는 도시의 사회경제적, 문화적 조건이 농촌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용기회, 임금수준, 교육기회, 오락시설, 문화시설, 의료시설 등 모든 면에서 도시의 조건이 좋다는 것이 도시생활의 이점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급격한 도시화는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라고 하겠다.
2부에서 계속.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