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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
매일 밤 설교 원고 준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양쪽의 주일설교와 성금요일 묵상 교훈까지 도합 8회 연속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의식이 다소 중압감을 준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집중된 네 과목 학교 강의까지 겹쳐서인지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다. 작년만 해도 너끈히 견딘 것 같은데 올해는 오전 시간 내내 몽롱한 상태로 허공을 헤매는 듯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오전에 짬을 내어 산악자전거를 타고 소양천변을 달렸다. 보가 위치한 다리 밑에 당도하여 잠깐 바장이던 중 흙 한 줌 안 보이는 시멘트 제방 위에 피어난 흰 제비꽃을 보았다.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가 맑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참을 물끄러미 응시했는데 이 앙증맞은 친구가 내게 '엄살부리지 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두 발 달려 이동하며 기분 전환이라도 할 수 있지만 제 몸은 시멘트 바닥에 간신히 뿌리내리고 이슬 받아 먹고 산다고, 빗물 저축해서 간당간당 버텨왔지만 기쁨으로 이 꽃을 피웠노라고 변론하는 인상이었다.
이 꽃이 자리한 보 주변에는 늘 바람이 분다. 지치지 말라고 격려하는 은총의 바람, 고통의 기억일랑 떨쳐버리라고 진저리치며 가볍게 몸을 흔드는 자유의 바람...
내일이 오는 것과 시멘트 위로 꽃이 피는 것은 닮은꼴로 순간의 기쁨을 예찬한다. 예찬! 오래 잊었던 어휘가 꽃바람에 꿈틀거린다.
다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