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성명] 세월호 침몰사고에 즈음한 한국기독교윤리학회 성명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우리는 귀하고 소중한 생명들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아들, 딸, 선생님, 이웃들이었습니다. 사고의 발생과정과 대처과정에서 나타난 총체적 부실은 이 사고가 명백한 인재였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도 선장, 선원들, 해운사 그리고 정부관계자들의 무책임한 일련의 행동들은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진실과 사실을 왜곡하는 일부 언론들과 사이버 공간의 비인간적이고 선정적인 보도행태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가장 고귀하며 모든 가치보다 우선합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생명의 가치가 돈의 가치로 환원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일이 수 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과 같은 불의의 사고에 속절없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은 무책임한 어른들의 이기심에 의해 아무 이유 없이 희생당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은 부실한 관리와 무능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와 탐욕에 눈이 멀어 무리한 운행과 운영을 일삼은 선주 및 사업주 그리고 이기적이며 비열한 책임회피로 무수한 승객을 죽음에 내버려두었던 선장과 선원들 모두에게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탐욕에 묶어 두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애쓰지 못한 기성세대 어른들과, 빛과 소금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한국교회 기독교인들도 사회적 공범임을 고백합니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더 이상은 마음의 분노와 상처로 인해 고통당하지 않도록 정신적 치료 및 생계지원 등의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유관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서 거짓과 왜곡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늦장 구조와 지휘혼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내고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을 엄격한 수준에서 검토함으로써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정부기관이나 또는 해운업 관계자들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귀한 생명을 지키고 그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한국교회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세상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에서 비롯된 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물신주의와 성공주의에 물든 한국교회는 이번 기회에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로 거듭남으로써 힘없이 고통당하는 작은 자들의 편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교회는 권력자들이 국민에게 명실상부하게 봉사하도록 요구하고,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기독교윤리학회의 회원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하나.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슬픔 속에 있는 가족들을 위로하며, 이와 같은 재난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하나. 정부는 늦장 구조와 지휘 혼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내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지원과 협조에 추호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 검찰은 선장과 선원들, 해운사, 해경 및 해수부 등 관계자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사고원인을 한 점의 의혹 없이 밝혀야 합니다.
 
하나.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이번 사고로 아픔을 당한 이들을 위로하고, 기도하며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의로운 세상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014년 4월 29일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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